사람이 태어나면 먼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인 이름을 짓고, 관청에 가서 문서로 출생신고를 한다. 그러면 국민으로서 자격이 시작된다.  첫 번째로 성명의 기록이다. 성명(姓名)은 성과 이름으로 성함, 씨명이라 부른다. 성은 한 줄기의 혈통끼리 가지는 칭호로 높임말로 성씨이다. 이름은 사람이 성 아래에 붙어 그 사람만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또는 본명(실명) 이외에 그 사람의 성격·용모·태도 따위의 특징을 따서 남이 지어 부르는 명칭인 별명도 있다. 더욱이 존귀한 이름으로 존함인 아호(호-號)가 이름을 능가하여 귀하게 쓰인다.  오히려 아호가 더 유명해지는 인사들도 많다. 문인·화가·학자·정치인 등의 이름 외에 따라지어 부르는 이름은 `호`라고도 한다. 소개할 수 있는 대표적 인사로 월탄-박종화, 목월- 박영종, 금아-피천득, 거산-김영삼, 소월-김정식, 미당-서정주 등의 인물이다.  원래 이름이란 날 때부터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자기를 대신하는 명함이다. 이름은 실체의 그림자이며, 소유물이고, 사람은 생명을 빼앗기는 일은 있어도 이름을 빼앗기는 일은 결코 없다. 귀여움을 많이 받는 아이일수록 예쁜 이름을 많이 갖게된다. 한자에 이름이란 명(名)은 저녁 석(夕)자 아래에 입 구(口)를 받친 것으로 어두운 밤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아 입으로 이름을 부른다는 뜻에서 생긴 글자이다.  필자는 학창시절 영문학을 조금 공부한 탓으로 서양인들의 이름을 분석해 본 경험이 있다. 기독교에서 16세기 후반에 영국교회에 반항하여 일어난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종단의 교인들과 미국으로 이민간 교도들의 이름이다. 유럽인들의 성과 이름을 따져보면 대개가 조상의 직업명이나 성경에 소개되는 유명 후계자에서 유래된 것이 자주 눈에 띈다. 스미스(대장장이), 우주인 카펜트(목수), 작가 가드너(정원사), (엘리자베스) 테일러(재단사), 밀(방앗간) 같은 이름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야곱, 이삭, 마태, 요한, 바울, 등의 이름이 신·구약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다.  부르기 좋고, 뜻이 깊은 이름은 누구나 명성, 장수, 권세와 깊은 관계를 한다. 명성은 명예롭고 좋은 평판으로 누구나 누리기를 좋아하는 욕심 중 하나이고, 명에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받는 높은 평가와 이에 따르는 영광이다.  이름 짓기에도 유별나게 신경쓰는 것도 그러한 부귀를 누리고 싶은 계산인 것이다. 명성은 영웅적 행위의 방향(좋은 향기)이라 재물을 택하기보다 명성을 택하라 했다. 그런가하며는 어떤 학자는 명성을 낮춰보는 사람은 미덕을 낮춰보는 것이라 한다. 명성은 국민들의 입에 올라가 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한 이름이 무거운 짐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위대한 지성인에게는 명성은 결과이지 목적은 아니며, 고려 말의 학자 이색의 `목은집`에, 덕(德)은 있으나 이름이 나지 않고, 이름은 났으나 지위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군자(君子)는 근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덕이 지위에 맞지 않고 이름이 어쩌다가 실지보다 지나치게 나는 것은 군자가 크게 두려워하는 것이다. 가끔씩 명성은 마음의 신열(몸의 열기)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영원한 삶을 얻은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시인 하이네는, 인간사의 가장 어려운 일은 명성을 얻는 것이고, 그 다음은 생존시에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후로는 그 명성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라 했다. 명성은 일시적 화려한 금관을 쓰고 있지만 향기 없는 해바라기다. 그러나 우정은 꽃잎 하나하나마다 향기를 풍기고 있는 장미꽃이라 한다. 명성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밝히는 등대에 불과하다. 결코 그를 좋은 사람으로도, 또한 다른 사람으로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의 갈망으로 여긴다. 호흡이 신체의 활력인 것처럼, 명성은 마음의 활력이다. 명예 얻기를 바란다면 오직 선과 덕을 닦으라 한다.  유리와 도자기와 명성은 쉽게 깨진다. 오래도록 보존하려면 손질하고, 아끼며 간수를 잘하여 오래 간직해야 한다. 격언과 속담에, 신용을 잃고 명예를 잃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고, 인간이 명성과 명예를 사랑하는 것은 명성 그 자체 때문이 아니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권세와 이익 때문인 것이다. 명예심에 마음이 들뜬 사람은 평화에 대해서는 문을 닫는다. 명성이란 보물은 황금을 능가한다. 명예는 이를 피하는 사람에게 찾아오고, 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피한다.  명성과 명예는 입김만으로도 흐려진다. 명예욕과 탐욕은 모든 악의 원천이다. 그리고 명성과 명예로 인한 모든 상처는 본인 자신이 입힌 것이다.  명성은 무엇이며, 명예란 무엇인가 - 그 대답은 인간의 허망한 물거품이요, 호숫가에 피는 아침 안개다. 명예를 지켜야 할 자리는 위험하여 항상 조심해야 한다. 주의와 조심은 지켜야 할 덕목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에 흠이 갈까봐 걱정하며 하고, 안하고에 명예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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