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생업이다. 생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변호사도 직업이다.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 몇 가지의 가정 조건을 전제해 보자. 변호사 홍길동이 있다. 열흘 전 A정권에서 B정권으로 교체됐다. 홍길동 변호사는 새로 출범한 B정권의 핵심실세와 흉허물없이 인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소문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B정권 출범식장에서도 축하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만한 상석에 모셔졌다고 하자.B정권의 급선무 골칫거리들 중 하나는 A정권이 박아둔 주요 조직들의 수장을 밀어내는 일이다. 법령으로 정권교체에 따라 자동적으로 교체되는 자리를 정해뒀으면 새 인물을 골라잡는 일에만 골몰하면 될 테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쉽게도 그런 법령이 미비하니 B정권의 핵심실세에게는 그것이 골치 아픈 청산작업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고 스스로 물러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A정권 사람으로서 A정권을 위해 충성했으니 그만 물러나는 것이 도리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한 말씀을 멋지게 남기고 보따리를 꾸리는 신사는 이 나라의 어디에 박혀 있는가? 오히려 버텨주면서 시끄럽게 만드는 일이 A정권의 은혜를 정치적으로 갚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계산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까.연봉이 어마어마하고 그 조직에서는 무소불위 권세를 행사하는 C라는 수장이 있다고 하자. C는 A정권 핵심실세의 비호를 받으며 A정권에 물질적으로든 이념적으로든 충성을 바쳤지만,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고 어떡하든 B정권 핵심실세의 줄을 잡기 위해 온갖 잔꾀와 안간힘을 짜내는 위인이라고 하자. 그 연봉, 그 권세를 몇 달이라도 더 연장시킬 수만 있다면 자기 쓸개라도 빼내줄 C는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어느 순간에 무릎을 탁 치고는 홍길동 변호사와 비밀리에 접촉할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그것이 바로 아생연후를 도모할 묘수라고 여기며 남몰래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결코 교체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A정권의 말기에 연임을 성공하여 임기가 길게 남았지만 안에서도 밖에서도 밀려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에 시달리는 C가 어느 날 갑자기 홍길동 변호사를 특별히 긴급으로 초빙하는 일에 성공하게 되었다고 하자.졸지에 C의 호위무사로 둔갑한 변호사 홍길동이, 예를 들어, 연봉 10억쯤에다 판공비를 별도로 받기로 계약했다고 한다면, 그는 생업의 직업인으로서 큰 행운을 잡은 변호사라고 봐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화면을 멈춰두고 우리가 수수께끼 푸는 것처럼 곰곰이 생각해보자.C가 그 연봉과 그 권세를 연장하기 위한 아생연후 묘수랍시고 얼굴에 철판 깔고 그런 먹잇감을 제공하여 홍길동 변호사를 긴급 특채한 것에는 거의 모두가 주저없이 욕설과 함께 손가락질을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홍길동은 B정권에게 어떤 존재로 바뀌게 되는가. 도움을 주는 존재인가, 부담을 주는 존재인가? 자신의 오랜 인간관계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큰돈을 손쉽게 챙기는 이기주의적이고 물신숭배적인 배신자라고 불러야 옳지 않는가? 그러한 변호사 홍길동이 설령 고검장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고 할지라도 그 영혼만은 한낱 장사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실은 C보다 더 뻔뻔한 얼굴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