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이름            -이영혜-친구 김 o o달랑 다섯 글자장례식장 복도에 줄 선 화환 가운데맨 앞에서 가장 커다랗게 다가오는 이름어디 대표이사 어느 원장도 아닌친구, 그냥 친구같이 손잡고 울어 줄 친구바위처럼 굳건하고 추억처럼 정다운진실로 큰 이름진실로 큰 위로  코로나가 창궐하는 요즈음, 장례식장 입구에 늘어선 수많은 화환들, 화환의 리본에 적힌 커다란 글자들. 행사 뒤 쓰레기로 버려질 그 허례허식들,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시는 어디서 오는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자잘한 시적인 순간들, 생활 속에 어느 순간 전깃불 켜지듯, 찾아오는 시적인 순간들, 그 깨달음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시가 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느 날 문상을 갔다가 장례식장에 늘어선 화환들 가운데 눈길을 확! 잡아당기는 리본 하나를 본다. 그 리본에는 ‘친구 김 o o’이라는 다섯 글자만 적혀 있다.     그것을 본 순간,   시인은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화려한 직위가 적힌 화환이 아닌, 진실한 우정이 적힌 리본의 화환, 친구의 슬픔을 위로 하는데 무슨 화려한 꾸밈이 필요 할까. 감동은 짧은 순간 온다. 감동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인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같이 손잡고 함께 울어줄 친구” “바위처럼 굳건하고 추억처럼 정다운/진실로 큰 위로/ 진실로 큰 이름”이다. 친구가 소중한 이유이다.  어떤 시인은 시를 쓰기위해서는 사람들의 이름을 자주 불러 보라고 한다. 이름 속에는 그 사람과의 추억이 들어 있고, 그 사람과의 과거가 숨쉬고 있다. 삶과 이름이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고 새로움을 주는 시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간다, 동전은 이미 던져 졌다.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다. 생각하면 삶은 얼마나 허망한 바다인가. 여기에 시의 비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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