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흉흉하다. 5세 입학 논란을 야기한 교육부총리는 취임 34일 만에 사퇴했고 성 상납 의혹에 휩싸인 여당의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고 비대위가 출범하며 급기야 비대위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집권 여당은 중심을 잃고 내부 권력 투쟁에 혈안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여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회사후소(繪事後素)란 모든 일이 먼저 바른 바탕을 갖춘 뒤에 형식을 더해야 함을 일컫는다. 바탕이 부실하면 조직이든 사람이든 흔들리기 마련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자는 사심 없이 공심(公心)으로 임해야 된다. 선으로 위장된 사심(私心)은 사회적 이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할 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흑심이다.    사회 기여와 봉사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공동체 일에 관심을 덜 가지고 남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경제활동과 취미활동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렇지만 사적 욕심이 작동하면 공동체 이익에 해를 끼친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채 백일이 안 된 상황인데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2명, 공정거래위원회 장관 후보와 교육부총리 후보 한 명과 이번 교육부총리 사퇴로 5명이나 물러났다.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발탁되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능력 없고 흠결 있는 사람들까지는 인정할 수는 없다.  검찰청 인사가 검찰총장이 임명되지 않은 가운데 총장 제청 없이 이루어지는 것도 측근을 배치하려는 욕심으로 비친다.    공심(公心)은 맹자가 말하는 네 가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마음 아파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하고 양보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작동될 때 나타난다.    고통 겪는 국민이 있을 때 함께 고뇌하고 아파하며, 장관직을 제의받았더라도 자신을 돌아보아 부적격이라면 부끄럽게 느끼며 사양할 줄 알고, 무엇이 임명권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바른 길인가에 대한 사리 판단이 서야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다.    인간은 이타심보다 이기심으로 산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스스로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며 남을 위해 산 일이 없었다고 생각되면 공직 근처에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개인 욕심이 많은 사람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낳고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지역과 나라를 멍들게 만든다.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논문 표절과 지인에 의한 대통령 관저 공사 등의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사심 수준을 넘어 사심(邪心)이 개입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추구한 것이 국민과 나라를 위하기보다 사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비난받지 않을 수 없다.    공적인 삶은 명예롭지만 많은 것을 유보해야만 하는 어려운 삶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목민관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취미생활은 아예 포기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으로 일관할 각오를 해야 한다.     사실상 부귀영화와 거리가 먼 절제된 삶을 각오하지 않고 공직에 가려고 한다면 안이한 생각이다. 그래서 공직자의 선발기준으로 청렴성과 얼마나 사회를 위하여 살아왔고 봉사해왔었는지, 삶의 궤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익지 않으면 공직 봉사가 하루아침에 잘 되질 않는다. 최소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 단체 일을 했거나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없다면 자신만을 위한 삶이었고 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공직을 택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보람되게 사는 길은 굳이 공직을 추구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박하게 살면서 막대한 기부로 칭송받는 기업인 워런 버핏의 삶은 어떤 공직자보다 훌륭하다.  선거는 민주주의 과정에서 계속된다. 공직자를 뽑을 때도 공심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를 하는 것은 봉사 못지않게 중요한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선공후사하는 공직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유독하게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