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문화관광도시라는 점은 객관적으로 인정받는다. 신라 1천 년간 축적된 문화유적이 즐비하고 코로나19 시국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관광객 수 등으로 이미 경주의 가치는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한류문화의 영향으로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을 반드시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으니 조만간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경주의 관광정책을 얘기할 때 항상 뒤따르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밤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찾아가면 그 도시의 특성에 맞는 밤문화가 탄탄하게 존재한다.   물론 그것이 유흥이 주류가 되거나 오락이 중심이 된 문화라는 점은 인정한다. 한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낮 시간 그 도시의 문화 관광 인프라를 경험하고 밤 시간에는 먹거나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원한다.    경주는 낮 시간 제공할 인프라는 넘쳐나지만 밤만 되면 적막강산이 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낮에는 경주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인근 대도시로 떠난다. 이 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이 시점에 경주시가 사적 제6호 황룡사지의 탐방로에 야간 조명등을 밝힌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 경관조명은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미 반월성 외곽을 비추는 고급스럽고 차분한 조명은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흡족한 감동을 줬다.   무엇보다 동궁과 월지의 야간 조명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해가 지면 경주를 찾았던 관광객들이 동궁과 월지에 모인다. 단순하게 야간 조명만 보강했을 뿐인데 관광객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바로 그 도시의 밤 문화의 품격을 높였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아직 밤의 경관이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던 차였다. 이번에 황룡사지 탐방로에 야간 조명등을 밝힌 것은 차츰차츰 신라고도 경주시의 품격을 보강한다는 차원에서 더없이 좋은 성과다.    해가 지고 난 후 반월성을 거닐고 동궁과 월지를 거쳐 황룡사지에 이르기까지 점잖고 품격 있게 켜진 야간 경관조명을 받으며 신라의 밤길을 거닌다는 것은 경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물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아직 경주의 밤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마련해야 할 것이 산재해 있다. 경관조명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경관조명이 너무 남발될 경우 산만하고 조잡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 마스터플랜을 미리 마련하고 균형과 조화를 생각해 설치해야 한다.   조도를 적당히 하고 색상도 신중하게 고르는 일이 필요하니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유적뿐만 아니라 원도심과 관광객이 많이 운집하는 핫플레이스에도 조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본격적인 고민에 들어가야 한다.    낮에만 머물다가 밤이면 떠나버리는 관광지가 아니라 며칠씩 머물며 경주의 속살을 제대로 살펴보는 체류형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경주의 밤문화는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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