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위력을 지닌 태풍 `힌남노`(라오스의 국립공원 이름)의 한반도 상륙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한반도가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제주에는 풍랑 경보, 서해5도와 제주도 산지엔 호우 주의보, 경남·부산·울산·전남 등에는 강풍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힌남노는 국내 관측 사상 최강이다. 최악의 피해를 냈던 `사라`(1959년)와 `매미`(2003)보다 더 강하다. 현재로서는 5일 오후 제주 서귀포, 6일 오전 부산 북동쪽을 거쳐 6일 밤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태풍의 경로를 완벽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기상청도 힌남노 경로에 대해 "200㎞ 정도의 변동성이 있다"고 했다. 북상하는 길에 의외의 요인이 더해져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충청·강원은 물론 수도권까지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기압`과 `최대 풍속` 2가지로 결정된다. 중심기압이 낮으면 외부와 기압 차가 커져 비가 많이 오고 바람도 강해진다. 따라서 중심기압은 낮을수록, 최대 풍속은 빠를수록 강한 태풍이다. 힌남노는 국내 상륙 시 중심기압은 950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43㎧로 예측됐다. 중심기압만 놓고 보면 `사라`(951.5hPa)나 `매미`(954hPa)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기상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도라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 풍속은 `매미`(51.1㎧)보다는 덜하지만, 초속 40m만 해도 사람이나 커다란 바위가 날아갈 정도이니 비교 자체에 별 의미가 없다.   역대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태풍은 `사라`로 나흘간 사망·실종자가 849명에 달했다. 이어 1972년 `베티`가 사흘간 550명, 1987년 `셀마`가 이틀간 345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는 2020년 `루사`가 5조1천479억 원으로 가장 컸고, 2003년 `매미`(4조2천225억 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2003년 매미 때에는 사라 이후 44년 만에 역대급 태풍이 찾아오다 보니 미처 준비가 덜 된 곳이 많아 23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6만1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근의 기후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잦다. 지난달에도 많은 비의 예보는 있었지만, 시간당 강우량이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보는 없었다. `기후의 역습` 앞에서 과학이 힘은 미약했고, 서울은 순식간에 도시 기능을 잃었다. 그런 사례로 볼 때 힌남노가 한반도에서 어떤 변덕을 부릴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정부는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선의 방어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는 것이다. 꼼꼼하게 살피고 또 살피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자연재해 앞에서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으니 국민 개개인도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챙긴다는 마음으로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혼연일체가 된다면 이번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