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나흘 앞두고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6.3% 오르면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던 소비자물가지수가 8월에는 5.7%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7개월 만에 상승세가 둔화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의 오름폭이 주춤한 영향일 뿐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득이 적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밥상 물가가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무엇보다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까지 겹치면서 수확을 앞둔 농가의 피해를 키웠는데, 이는 다시 추석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힌남노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 개개인 등 민관이 하나가 되어 선제적으로 대응한 끝에 과거와 같은 최악의 참사는 막았지만, 어느 정도의 물적 피해는 불가피했다. 힌남노가 몰고 온 무지막지한 강풍과 폭우에 황폐해진 과수원이나 침수로 폐기처분될 채소류가 적지 않을 것이고, 바닷물이 뒤집히면서 남해안의 어장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비단 농어민에 그치지 않고 차례상을 차려야 할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지난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이 평균 31만7천142원으로 작년보다 6.5%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힌남노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사과나 배 등 제수용 과일의 출하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추석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명절이다. 명절 물가는 모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당장 물가 관리가 발등의 불이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5일부터 명태 332톤, 오징어 202톤, 고등어 107톤, 갈치 165톤 등 정부 비축 수산물을 최대 1천 톤까지 시장에 공급한다. 이들 수산물은 시중 가격보다 최대 30% 할인된다. 기획재정부도 배추·무, 양파·마늘, 감자 등 가격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을 활용해 추석 직전까지 4천 톤 규모를 추가 공급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작년 추석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20대 성수품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인 23만 톤(평시 대비 1.4배)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이 추석 물가 안정화를 위한 대책인데, 추석을 목전에 두고 힌남노라는 악재가 돌출한 만큼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물가도 선제적으로 나설수록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