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7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추대했다. 정 부의장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요청을 두 차례 거절했다가 세 번째 찾아갔을 때야 승낙했다고 한다. 비록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추스르는 몇 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이긴 하지만 엄연히 여당 대표다.
그런데도 서로 고사하는 바람에 인물난을 겪다가 결국 현직 국회부의장을 차출한 것이다. 국회부의장은 의장이 해외 출장 중이거나, 혼자 사회 보기가 힘들 때 국회 본회의 사회를 본다. 지금은 정기국회 회기다. 여당 대표 신분으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 본회의 사회를 맡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 부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대선 직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공개적으로 충돌했던 당사자이고, 이 전 대표로부터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칭된 바 있다. 이런 정 부의장이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에서 비롯된 당의 내홍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전 대표는 새로 생기는 비대위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신청 사건도 지난번 주호영 비대위의 직무정치 가처분을 인용한 서울남부지법 황정수 부장판사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국민의힘이 당헌을 개정해 오는 8일 다시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개최해 비대위 인선을 완료한다고 하지만, "채권자(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던 재판부가 새 비대위를 인정해 줄지도 알 수 없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회복 불능의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이긴 여당이 몇 달 만에 혼돈의 늪에 빠져들어 두 번째 비대위를 꾸리고 당의 운명이 법원의 손에 달린 상황이 됐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추락해 국정 동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습할 능력도 못 되면서 사태를 만들고 키운 이른바 윤핵관의 책임이 너무도 큰데 이들은 아직도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피해자라고는 하지만,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이 전 대표 역시 연일 대통령과 여당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의 대의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이 전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신임 비대위원장은 굴곡 많은 정치 역경을 헤쳐온 5선의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국정운영에는 두 개 엔진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통령실과 정부, 하나는 여당인데 하나의 엔진이 가동 중단된 상태"라며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수락했다"고 했다.
그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해 혼돈의 여당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마침 대통령실도 비서관을 중폭 개편하고 행정관 50여 명을 퇴출하는 개편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부터라도 당과 정부가 합심해 민생을 챙기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