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마무리됐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은 명절이어서 더욱 뜻깊고 소중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위태롭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서민의 삶은 팍팍해졌고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수출 여건도 날로 악화하는 실정이다. `힌남노` 태풍 피해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장바구니 물가의 급등으로 서민은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경기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서민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라는 준엄한 추석 민심을 새겨듣고 민생회복에 올인해야 하는 까닭이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모색할 수 있는 모처럼의 호기다. 정치권이 극한 대치를 접고 민생 입법과 예산 지원의 틀을 마련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부모돌봄급여법, 반도체특별법, 소상공인 피해지원 법안 등 여야가 내건 주요 입법 사안들을 놓고 강한 충돌이 예상되지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이견의 절충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민주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63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서민 외면·부자 감세의 `비정한 예산`으로 비난하면서 대폭 칼질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예산이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죽기살기식 대결과 정쟁의 익숙한 행태로 회귀할 것 같아 우려된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허위경력 기재 의혹 등을 규명할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방탄 특검`으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퍼붓는 등 양측의 대치 전선은 누그러지기는커녕 날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위기 극복과 민생 경쟁의 무대가 되기보다는 `전쟁터`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치에 매몰되지 않고 정치권이 다소나마 위기 극복에 협력할 수 있도록 바뀌는 데는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출범 후 인사 난맥 등 여파에 지지율이 급락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권의 도움이 절실하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비서실 개편을 일단락한 윤 대통령은 우선 약자에 대한 복지 등 민생에 올인함으로써 정국 돌파를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민생 회복을 위한 현장 행보를 기본으로 하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를 꾸준히 추구할 것"이라고 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언급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읽힌다. 다만 30%대 초반의 지지율과 여소야대의 정치지형 등을 고려하면 야당과의 관계가 특별히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민생 개선에 여야, 대통령실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경색된 정국의 타개를 위한 윤 대통령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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