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신드롬과 열풍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인 에미상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비영어권 드라마로는 최초라고 한다.  황동혁 감독은 석세션의 마크 로드, 캐시 얀,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감독상을 받았고, 이정재 역시 제레미 스트롱, 브라이언 콕스, 아담 스콧, 밥 오든커크 등 막강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황 감독은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며 "또 이 상이 제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시즌 2로 돌아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아쉽게 작품상과 남·여 조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 에미상 수상은 우리 대중문화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한국인의 긍지를 높인 이 쾌거에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출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스릴러 장르로 소화해낸 오징어 게임에 대해 포브스는 "뛰어난 연기, 기억에 남는 캐릭터, 창의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강력한 작품"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유쾌한 어린 시절의 게임을 어둡게 비틀어 대중문화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호평했다. 적자생존, 계급사회, 승자독식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한국 유소년 놀이문화와 접목시킨 이 작품의 창의성과 한국 대중문화의 탁월성이 전 세계인의 감성을 휘어잡은 것이다.  황 감독은 "세계 시청자에게 잘 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최대한 단순하고 비주얼적인 한국의 아이들 게임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작품이 드라마 역사상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작품이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입증해낸 셈이다.  김구 선생은 "부력(富力)은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들이 문화의 힘도 강하다. 문화강국으로 꼽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류가 세계 무대에 등장하기 전 아시아의 문화강국은 일본이었고, 상징적 문화 강자로 중국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20년 만에 한국은 아시아의 문화 최강국이 됐다. K팝과 K드라마는 물론, 한국 영화와 온라인 게임, 웹툰 등의 글로벌 경쟁력에 더해 클래식 음악과 미술 분야 등에서도 한국인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에미상 수상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결과일 뿐이다.  우리 문화의 힘이 경제와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할 강력하고 풍요로운 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