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는 13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3%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9.1%, 7월 8.5%와 비교하면 두 달 연속 하락세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0%보다는 꽤 높은 수준이다. 전 달에 비해서도 0.1%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0.1% 상승했다. 이런 결과는 물가를 잡기 위한 싸움의 끝이 아직 멀었음을 의미한다. 연준이 소비자물가보다 중요하게 간주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 폭은 더욱더 충격적이다.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는 0.6% 올랐다. 근원 CPI는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집계되기 때문에 미국 내의 자생적 물가 상승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연준이 그동안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쳤으나 기대와는 달리 아직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리를 단번에 1.0%포인트를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도 제기됐다. `물가 정점론`이 힘을 잃고, 연준이 인플레 심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초고강도 충격 요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해지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3.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4.32%), 나스닥 지수(5.16%) 등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외환 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9.4원 급등한 1,39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증권과 외환시장을 비롯한 국내 경제 전반이 악영향을 받게 된다. 한은은 지난 1년 동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여섯 번, 0.50%포인트 한 번 등 모두 일곱 차례 인상했고 올해 남은 10월, 11월의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도 0.2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이나 자이언트 스텝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릴 경우 경기가 삽시간에 얼어붙고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통화 정책에 발맞춰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진 만큼 긴 안목에서 외부의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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