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생환이다. 봉화군 한 아연 광산에서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밤 극적으로 구조됐다. 고립된 지 221시간(9일 5시간)만이다.  구조 당국 등의 전언에 따르면 두 광부는 매몰 지점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한 내부 대피 장소를 찾았다. 사고 현장 인근 원형 공간에서 비닐로 천막을 쳐 바람을 막고 서로 어깨를 맞대며 체온을 유지했다. 암울한 지하에서 작업 투입 때 소지했던 커피믹스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등을 마시며 버텼다.  인간 생존의 한계 선상을 오가는 와중에 서로 의지하며 이겨낸 것이다. 갱도 내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구조대의 발파 소리에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두 광부의 현명한 대처와 필사적인 노력, 구조대의 끈질긴 분투가 기적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두 광부는 6일 현재 빠르게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고 직후부터 갇힌 갱도를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투를 벌였다. 박모씨는 "뭘 해보든지 해보면 길은 있을 것이란 희망을 계속 가지며 갱도 안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갱도를 일일이 확인하며 괭이를 들고 파내는 작업을 했다. 폐석으로 가득 차 갱도를 뚫는 데 거듭 실패하기도 했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을 듯하다.  절망적인 순간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상과 소통하려 갱도 내 파이프를 때리며 `거기 누구 없냐`고 소리를 질렀다. 박씨는 "처음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많은 분께서 힘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잊지 않았다. 사지를 벗어나 이들이 살아 돌아온 것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충격과 실의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준 일이다.  매몰 사고를 전후해 우려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다. 사고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 업체 측은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119에 늑장 신고하고 고립된 광부의 가족에게 뒤늦게 사고 소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부들의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고가 난 광산에선 지난 8월 29일에도 같은 수직갱도 내 다른 지점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중대한 인명 사고를 겪고도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너무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붕괴 사고의 원인과 경위부터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은 전담팀을 편성해 이번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광산 안전 관리와 감독 책임을 진 관계 당국을 상대로 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고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방관해 온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안을 강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잠재해 있을지도 모를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재삼 높여야 할 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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