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1980년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에서 수장을 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아놓고 떼죽음 당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공권력의 어이없는 대응을 질타하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현 정부가 누구를 사지로 몰았다는 식의 주장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쟁을 심화시켜 참사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궁극에는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략기획위원장)의 휴대폰에 노출된 메시지도 논란이다. 민주연구원 이연희 부원장이 보낸 이 글은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났음에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며 "유가족 접촉 등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 등을 확보해 당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희생자 가족은 도외시한 채 참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보려는 정략만 읽힌다. 아직도 인터넷상에는 당시 이태원에 갔던 사람들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언론의 전체 면을 채워야 한다"는 발상을 한다니 기가 찰 뿐이다.  야당이 서울 복판에서 156명이 숨진 대형 참사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작업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정권을 곤경에 몰아넣고, 퇴진을 압박하겠다는 식의 정략적 접근은 정치 도의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역풍만 초래할 것이다.  `핼러윈은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던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7일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 등도 "국가의 무한 책임", "유감" 등을 반복하면서 "현 위치에서 할 일을 다 하겠다", "보고받은 적 없다"는 식의 군색한 변명이나 사과에 그쳤다.  이들 모두 `마음의 책임`만 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이 말을 두고 "모든 책임을 경찰에 떠넘기고 정권 핵심 인사는 지키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보고 지연, 현장 부재, 대응 미숙 등 일선 책임자들의 납득할 수 없는 부실 대응에는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총괄하는 장관과 청장은 구체적 행위의 책임보다 총괄적 관리 책임, 그들 말대로 `무한 책임`이 있다. 고위 정무직 공직자의 책임은 그런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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