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인근 상공까지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 무인기 대응책을 보고한 자리에서 북한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한 바 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3.7㎞ 구역으로, 용산뿐 아니라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한다.  북한 무인기가 수도 상공을 1시간여 동안 활개 치고 다닌 것도 모자라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서울 중심부 핵심지역까지 들어왔다니 충격적이다. 북한 무인기가 조잡한 정찰용이어서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소형이어서 격추가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기가 서울 상공을 유린했다는 팩트를 덮을 수는 없다.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군의 침투 사실 번복이다. 무인기 남하 직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 은평, 종로, 동대문, 광진, 남산 일대까지 온 것 같다. 용산으로부터 반경 3.7㎞가 비행금지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러자 군은 출입기자단 문자 메시지 공지로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명시했고 이어진 정례브리핑에서는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까지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의 서울 진입 당시 상황을 초 단위로 재분석한 결과 P-73 침범을 확인했다면서 "스치듯 지나간 수준이고, 용산이나 대통령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초기 분석에서는 탐지되지 않았던 무인기 항적이 정밀 분석 결과 파악됐다는 것이다. 사태 초기 야당 의원이 궤적을 보고 지적한 사항을 군이 몰랐다면 심각한 무능이다. 아무리 야당 의원의 문제 제기라 해도 즉각 그 신빙성을 재확인한 후 거부든 시인이든 입장을 내놓았어야 했다. 무작정 아니라고 부인해 놓고는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뒤늦게 알았다니 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나. 야당측 주장을 부인하기 위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는 신뢰가 생명이다.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긴 것은 곤란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함이다. 특히 합법적 폭력을 허가받은 군이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면 이는 돌이키기 어렵다. 자신들의 작전 실패를 회피하기 위해서였든, 무능함 때문이었든 국민을 향해 허위 사실을, 그것도 자신 있게 말하는 군 수뇌부를 어찌 믿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났다. 용산 집무실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상당수 국민은 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상을 철저히 밝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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