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한 우리 군의 허술한 대응이 합동참모본부가 진행중인 전비태세검열에서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강화, 파주 상공을 맘대로 휘젓다가 북으로 넘어가고, 열흘 뒤에는 군이 뒤늦게 무인기 1대의 용산 인근 진입 사실을 시인하며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줬는데, 계속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북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군의 레이더에 첫 항적이 잡힌 지 6분 뒤에야 `이상항적`임을 군이 인지한 것으로 밝혀졌는가 하면 무인기 침투 때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발령되기까지 1시간 반 이상이 걸렸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우선 합참 전비태세검열팀이 레이더 영상을 복기한 결과 지난달 26일 북한 지역에 있던 무인기가 우리 레이더에 최초 포착된 것은 오전 10시 19분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군의 레이더 운용요원이 무인기를 처음 인지한 것은 10시 25분께였다. 군이 그동안 북한 무인기를 처음 발견한 시간이라고 밝혔던 시점보다 6분 일찍 탐지 자산에는 무인기가 잡혔던 것이다.  물론 근무자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풍선이나 새 떼와 구별이 쉽지 않은 소형 무인기를 레이더상에서 곧바로 구분해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훨씬 심각한 것은 북 무인기 영공침범 당시 대비태세 발령까지 1시간 반 이상 걸렸다는 점이다. 군이 처음 인지한 시점은 당일 오전 10시 25분께였지만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는 정오께가 돼서야 발령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서울로 침투한 무인기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한 비행금지구역인 P-73 등 서울 상공을 가로지른 뒤에야 대응 대비태세가 발령됐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 방어 임무를 맡은 수도방위사령부는 10시 19∼25분 무인기를 탐지·인지한 전방의 육군 1군단이나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수방사는 당일 오전 10시 50분께 자체적으로 서울 상공의 이상 항적을 포착했고 추가 검토를 거쳐 무인기 침범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직접 대응 작전을 개시한다고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합참 등이 무인기 작전을 펼치고 있었음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대 간 무인기 상황 전파도 지연돼 손발이 안 맞은 셈이다. 사실이라면 초기 대응작전 실패가 그저 운이 나빠 벌어진 것이 아님이 더욱 명백해진다.  이번 사건은 안보시스템 상의 여러 문제점을 확인시켜 줬다. 군은 이스라엘제 `스카이 스포터`라는 무인기 감지체계를 긴급 소요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무인기 대응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비 보강도 중요하지만 이번 북 무인기 침투는 장비를 운용하는 인력, 시스템은 물론 군의 훈련 강화와 조직문화 전반에 일대 쇄신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군은 이번 작전 실패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땜질식 처방이 아닌 안보 역량의 획기적 재점검과 보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