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한국은 고립된 에너지 섬으로서 원전 비중 50%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부를 마치고, KAIST 원자력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원자력 전문가다.  그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엔지니어와 KAIST 연구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원자력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원장 직무대행을 거쳐 지난해 9월 원자력학회장에 취임했다. 백 회장의 논리를 요약하면 원자력은 중요한 저탄소 발전원이다. 현재 주로 이용되는 대용량 원전은 물론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 중인 소형모듈 원자로(SMR)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SMR은 여러 기를 모듈식으로 조합하여 다양한 규모의 전력과 열 수요에 대응하고, 유연한 출력조절 기능으로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  안전성이 높아서 제철소·화학공단·반도체공장·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수요지 가까이에서 전력과 열·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연료 교환 없이 장기간 운전도 가능해 해상과 우주·오지 등의 에너지원으로서 고유한 장점을 지닌다. 그 가능성을 인식한 국내 대기업들도 외국의 SMR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최종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상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과학과 사실에 기반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먼저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와 후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국가 에너지 정책이 실사구시적으로 추진되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세계 각국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석유 자원의 확보가 가장 중요했고, 풍부하고 경제적인 석탄의 이용도 증가했으며, 오염물질 배출이 덜한 천연가스의 비중이 커졌다. 수력발전 개발도 지속했고, 선진국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이 확대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중요해지면서 석탄과 석유의 비중은 줄어들고, 풍력·태양광 발전과 바이오 연료 이용이 본격화했다.  저탄소 전력의 약 절반을 공급하던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논의에서 대체로 무시됐는데, 주요 환경그룹과 그에 동조하던 정치세력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저탄소 에너지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선진국은 빙하나 만년설 등 수력자원이 풍부하거나(노르웨이), 원자력 비중이 특별히 높거나(프랑스), 수력·원자력·신재생을 잘 조합한(스웨덴·핀란드·스위스 등) 소수의 국가뿐이다. 에너지 전환의 모범국으로 알려진 독일조차 화석연료 비중이 80%에 가깝다. 인류가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전기와 수소, 바이오 연료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전기와 수소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생산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은 현재 사용되거나 개발 중인 저탄소 에너지 소형모듈 원자로(SMR)의 기술 발전과 상업화 수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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