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나 구도심의 공동화 문제는 심각하다. 더러는 슬럼화의 길을 걸어 도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구도심은 그 도시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세심한 배려가 없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그래서 몇몇 도시는 비어가는 구도심에 문화와 관광 인프라를 보충해 활로를 찾아 나간다. 경주시의 구도심도 예외는 아니다. 상권은 침체하고 주거와 교육환경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구도심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학생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구도심 소재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이전을 추진해 그 자리에 주차장이나 체육관 등 시민 생활공간을 확충하자는 제안이다. 계묘년 새해 들어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경주의 구도심은 만성적인 주차난과 생활 인프라의 부족으로 도심이 공동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에 소재한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 왔다"썼다. 주 시장의 이 같은 주장은 올해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초·중·고교의 빈 공간이나 폐교부지에 도서관, 수영장, 주차장 등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특별교부금을 지원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면서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주 시장이 언급한 구도심의 해당 학교는 계림초등학교와 월성초등학교, 신라초등학교다. 이 학교들은 각각 6학급(특수1학급)에 130명, 9학급(특수1학급)에 168명, 6학급(특수1학급)에 52명이 재학 중이다. 사실상 시골의 분교장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계림초와 월성초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경주의 명문 초등학교다. 하지만 경주의 도심이 서서히 비어가고 도시 외곽에 새로운 주거단지가 생기면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 시장의 바람대로 이들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이전할 경우 가장 먼저 반대할 집단은 동문들일 것이다. 실제로 경주시에서 학연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문 초등학교 중 하나인 황남초등학교도 수년 전 신주택지로 이전하는데 무리 없이 합의한 바 있다. 구도심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교육현장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면 그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시민으로서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또 교육청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교육행정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돼야 한다. 적은 학생 수에 갖춰야 할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고 일정 규모의 교사들이 상존해야 하므로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니 깊이 숙고할 문제다.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교육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하고 교육행정이 지역사회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주 시장의 꿈은 과소학교의 이전을 통해 그 부지에 지하 주차장과 커뮤니티 센터, 체육관이나 공연장 등을 조성하면 시민 생활 인프라 확충으로 도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거기에 동부사적지와 인접한 구도심에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면 관광산업 활성화와 구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적의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학교부지를 활용한다면 접근성이나 문화관광자원 확충에 엄청난 숨통을 확보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교육환경은 사회의 발전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선호하는 학군이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주시의 발전과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주 시장의 제안을 적극 환영하며 이와 관련된 각 주체들의 무한한 협조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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