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신년회견에서 던진 메시지는 `민생`과 `견제`였다.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 국정운영에는 제동을 걸되 입법권력을 쥔 거대 야당에 주어진 책임에 걸맞게 당면한 경제위기 타파를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 대표가 준비한 4천900자 분량의 회견문에서 `민생`이란 단어는 6번 등장했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가 끝을 알 수 없는 시련의 터널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30조원 규모 긴급 민생 프로젝트와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제시했다.  `민생 프로젝트`에는 가계부채 3대 대책 등 구체성을 띤 9개 사업이 담겼다. 지난 대선의 최대 이슈였던 `기본소득`을 비롯해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시리즈의 정책 얼개도 공개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경제위기 극복에 회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점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내년 총선일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도 했다. 구시대 유물인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를 폐지하자는 데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논의의 시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행정부 또는 국회 차원에서 개헌안이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무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대표의 말처럼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개헌 논의의 적기다. 때마침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여야는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권력구조를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에 착수하기 바란다.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힘을 빼고 정국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사고는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깔보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민생회복과 정치개혁 논의를 제안했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일 것이다.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모면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화두를 던진 게 아니라면 내일이라도 약속한 당내 기구를 가동해야 한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치 지도자의 약속은 정치 혐오만 더할 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검찰의 영장 집행처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다가는 거센 저항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으로는 민생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자고 해놓고 내심은 169석의 힘을 앞세워 정권 견제에 힘을 쏟겠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 110개 가운데 95개가 통과되지 못했다. 실정으로 정권을 내준 정당이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번번이 제동을 거는 것은 대선 민의에 어긋나는 행태다. 민주당은 최근들어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되거나 좁혀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싸울 땐 싸우되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태도가 이 대표에게 요구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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