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결국 당권 도전장을 내려놓으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보수정당 4선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과 당내 견고한 지지층을 내세워 집권여당 사령탑 자리를 노려봤지만, 후보 등록도 하지 못한 채 하차했기 때문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보수층 내 지지기반으로 당내에서 드문 `스타 중진`인 나 전 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당 대표 출마설이 거론됐다.   2020년 총선, 2021년 4·7 서울시장 보선 후보경선과 6·11 전당대회 등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음에도 주요 선거마다 `키 플레이어`로 소환됐던 이력도 작용했다.   올해 초까지도 나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 전 의원은 한 달 넘게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해왔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친윤(친윤석열)을 자임해 온 나 전 의원은 김기현 후보를 미는 주류 친윤계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나 전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 `진박 감별사` 등의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압박에 맞섰다.   그러나 저출산위 부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거론했다가 대통령실 참모가 이를 실명 비판하면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전당대회에 `개입`되는 상황이 됐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해촉` 대신 나 전 의원을 `해임`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해임을 두고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반박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윤심이 등을 돌렸다는 확실한 메시지로 읽혔다.   친윤을 자임한 나 전 의원으로서는 `반윤`(반윤석열) 낙인까지 선명해지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설 연휴를 기점으로 여론조사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간 것도 악재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김기현·안철수 의원에게 뒤졌다.   이러자 나 전 의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분위기가 최근 며칠 새 급격하게 불출마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전날 측근들과의 회의에서도 출마·불출마 의견이 팽팽했지만, 하룻밤 더 숙고해보겠다던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참모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출마 입장을 전달했고, 두 시간 뒤 당사에서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윤심에 가로막힌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적 행로를 두고서는 전망이 분분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4년 넘게 더 권력을 쥘 용산과 관계 설정이다.   양측 상황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이제 와서 대통령실 인식이 바뀌기엔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며 "다만 불출마가 여권 전반에 대한 평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그의 역할과 미래도 유동적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불출마에 대해 `당의 화합` `총선 승리`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향후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출마를 접은 그 자체로 정치 인생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해석도 있다.   주류 친윤계와 맞서는 결기를 보이다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중진 정치지도자로서 위상에 심대한 타격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 결정을 설명하며 "용감하게 내려놓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걸로도 보인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앞으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인은 "전당대회에서 내가 역할 할 공간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나 전 의원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쟁탈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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