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설렘이나 연설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복통 등, 장(腸)과 뇌(腦)의 의사소통이 가져올 육체적 효과는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이들은 뇌가 호르몬과 신경 신호를 모두 통해 소화관에 신호를 보낸 결과이다. 반대로 장도 뇌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복부에는 구석구석 `장관신경계`가 둘러져 있어 `제2의 뇌`라고도 한다. 이 신경망은 음식물의 소화와 그 음식물을 약 9m의 소화관을 통해 보내 움직이는 과정을 조절하고 있다. 또 주요 장기의 상당수는 `미주신경(迷走神經)`에 의해 뇌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 경로를 통해 뇌와 직접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장과 뇌를 연결하는 경로 중 식욕을 조절하는 것은 주로 두 가지다. 두 경로 모두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라는 작은 영역을 포함한다. 시상하부는 신체의 여러 과정을 감시하는데 기여하는 각종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있다.  첫 번째 경로는 공복에 일하기 시작한다. 위가 그레린(ghrel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것이 시상하부에 있는 `궁상핵(弓狀核)`이라는 영역을 자극한다. 궁상핵은 이에 따라 신경 펩타이드-γ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고, 이 물질이 대뇌피질의 식욕 중추를 활성화하여 우리에게 음식 탐색 행동을 촉진한다. 무엇인가를 먹을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뇌가 알아차리면 뇌는 미주신경을 통해 위로 신호를 보내 소화에 대비시킨다. "이것은 음식을 보거나 그 냄새를 느끼거나 음식을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비만 전문가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소화기 내과 의사 아고스타 카르데나스는 말한다. 뇌가 몸에서 식사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식욕을 억제한다. 식사를 하면 렙틴이나 인슐린 등 또 다른 여러 호르몬이 지방조직이나 췌장, 소화관에서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은 각각 소화와 대사에 많은 역할을 한다. 그 결과로서 배부른 것이 시상하부의 다른 영역으로 전달된다. 뇌는 거기서 먹는 것을 멈추라고 지시한다. 식욕과 포만감을 제어하는 이 루프는 항상 기동하고 있다.  다만 공복 경로는 정동에 관여하는 `편도체`나 기억 중추인 `해마` 등의 뇌 영역과도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회충` 소식이나 `그리운 맛`의 감각은 식사 때 생긴다기보다는 오히려 기분이나 할머니 마들렌의 향수에 의해 야기된다.  고차적 사고는 음식이 상황과 관련이 있고 음식은 문화가 된다. 극작가 버나드 쇼가 말했듯이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진실한 사랑은 없다" 그리고 식사는 쾌락을 수반한다.  먹으면 뇌의 보수계가 활성화되어 에너지의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쾌감을 위해 먹도록 우리를 재촉한다. 비만을 초래하는 것은 장·뇌축의 이 부분일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보고 있다.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음식이나 섹스나 마약, 도박과 마찬가지로 뇌 보상 회로에 대량의 도파민을 방출시키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 강력한 동인이 되어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먹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먹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쥐의 경우 단 것의 매력이 코카인을 능가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인간에 대해서는 미국 국립 약물 남용 연구소(NIDA) 소장 정신의학자 노라 볼코프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음식이 보수계에 미치는 효과는 포만감을 압도하고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 것이다. 이 같은 발견은 의존과 과식 사이에 신경생물학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먹는 것이 명확한 의존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이 호로몬과 신경전달물질 덕분에 우리 뇌와 장은 항상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론적으로야 어떻든 과식으로 인한 비만은 질병이다. 우리가 질병을 위해 과식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신과적이든, 내과적이든, 외과적이든. 환경적이든 인간은 의지적(意志的) 동물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의존과 과식 사이에 신경생물학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의지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늘도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비만과의 싸움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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