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청렴은 의무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마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청렴도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어 공직사회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주시의 청렴도 1등급은 조선 시대의 극소수 청백리 관리들과 대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백리(淸白吏)라는 칭호는 청렴한 공직자를 말한다. 청백리는 조선이 멸망한 뒤에도 깨끗한 공직자의 표상, 대명사로 여겨졌다. 청백리(淸白吏)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모범 관료에게 수여되는 명칭이다. 조정에서 청렴결백한 관리로 녹선(錄選, 벼슬 따위에 추천하여 관리로 뽑는 것) 되는 것이다. 동료들의 평가,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과 의정부의 검증 절차 외에도 2품 이상의 당상관과 사헌부, 사간원의 장급들이 추천, 검증, 심사하여 통과되어야 녹선 되었다. 청백함과 근엄함이 칭송되고 있는 관리들은 이이, 최영, 정몽주를 빼놓을 수 없다.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고, 올곧고 깨끗한 덕목을 두루 갖추었다.  조선 시대의 청백리들 중 217명의 명단만이 현재 전한다. 청백리들은 자신이 청백리이든 아니었든 사대부들과 지식인들은 자식들에게 청백한 관리가 될 것을 당부하기도 했는데 일부러 청백리로 녹선 되려는 시도들도 발생했다. 청백리로 선정되었다 하여 유산상속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재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청렴성과 능력, 검소함을 갖추거나 재산이 없고, 부정축재를 하지 않았어도 녹선 되지 못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조선 선조 때 이후로는 녹선 대상자가 희귀해졌다.  지난달 26일 국민권익위 주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75개 기초 자치단체 시 부문 종합 1등급을 획득한 바 있는 경주시는 오늘의 기쁨이 오래도록 이어지도록 다짐하는 분위기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30일 "종합 청렴도 1등급 달성에 안주하지 말고 겸손히 업무에 임해달라"는 당부도 1등급을 지키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 시장이 이날 오전 국·소·본부장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의 핵심은 "공성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며 "절대 1등급이라는 성적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업무에 임해 달라"는 당부가 가슴에 와닿는다.  주 시장은 명나라 시대의 고위 관리 해서(海瑞 1514-1587)를 언급하며 공직자로서 당연한 의무인 청렴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주 시장은 "명나라 시대 고위 관리인 해서의 직책은 우도부사(현재의 감찰부장)로 정2품의 고위 관직이었지만, 그가 남긴 재산은 자신의 장례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라 동료 관원들이 돈을 걷어야 할 정도였다"며 "관직에 있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장례식을 치를 돈이 없었다고 할 정도면 그가 얼마나 청렴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주 시장이 강조한 친절은 공직자에게 청렴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임에 틀림 없다. 비록 행정에서 할 수 없는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무엇 때문에 안 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청렴 문화가 정착이다. 설사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집단민원 해결 없이 무리하게 인· 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 사익을 추구하는 가짜민원은 철저히 가려내 과감하게 배척할 때 청렴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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