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잇따라 켜지고 있다. 월간 무역수지 적자 폭이 1956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억달러(12조3천억원)를 넘어섰다고 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약 127억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종전 적자 최대치인 지난해 8월(94억달러)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한 달 사이에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5억달러)의 무려 25%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이다. 무역 적자는 11개월째 이어졌는데, 이는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산다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무역적자 폭 증가가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경제 버팀목이라는 반도체 수출액이 45% 가까이 감소하는 등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대만 등 경쟁국에 따라잡히거나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2천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SK그룹이 현대전자의 후신인 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도 전날 4분기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이 2천70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8천400억원)보다 97%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예상치를 밑돈 데다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이라 충격파가 컸다. 두 회사의 동반 어닝쇼크로 K-반도체에 초유의 위기가 닥쳤다는 우려마저 나올 지경이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 수출액 급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데 지난해 9월 흑자로 돌아섰다가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월에는 대중국 수출액이 31.4% 줄어들며 8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쇼크`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값 급등 탓이 크다고 하지만, 당국은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모든 지원 역량을 결집하고 수출 지원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수출이 대외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경제 구조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7%에서 2.9%로 올리면서 한국은 2.0%에서 1.7%로 낮췄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 조치로 세계 경제가 반등의 계기를 잡은 상황에서 IMF가 유독 한국만 뒤처질 것으로 예상한 것은 대외 요인 등 구조적 취약성을 고려한 결과다.  무역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시장과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조치가 거론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병에 대한 근원적인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늘리고 인재 육성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의 입법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정부가 욕먹을 각오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모든 게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