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책 제목은 몰라도 이 구절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가슴에 새기고 다니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게송이다. 가장 오래된 최초의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 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팔리어로 숫타(sutta)는 `경(經)`, 니파타(nip ta)는 `모음(集)`이라는 두 단어를 합친 말의 모음집, 즉 여러 가지 경을 모아 엮은 경전이란 뜻이다.  부처님이 생전에 설파한 말씀들이 그대로 담긴 책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내용이다 보니 다른 불경처럼 난해한 용어나 전문용어들이 등장하지 않아 쉽게 다가온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비를 뿌리거든 뿌리소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처럼 노래의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문장들은 은근히 중독성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는 붓다 입멸 이후 제자들이 외우기 쉽게 운문시 형식으로 간추렸기 때문이다.  `숫타니파타`는 5장 72묶음 1,149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편찬 연대는 인도의 아소카왕 이전 시대인 AD 3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북인도 마가다 지역 언어로 구전되어 오다 팔리어로 정착된 남전(南傳) 대장경에 속한 경이다. 오래된 경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건너온 지는 예상과 달리 얼마 되지 않는다. 1991년 법정 스님이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재번역하여 샘터사에서 출간된 것이 최초이다. 이 책은 일찌감치 절판되었을 뿐만 아니라 법정 스님의 모든 저서는 유언에 따라 출간되지 않고 있다.  `숫타니파타`가 우리에게 늦게 알려진 것은 산스크리트어 경전이 중국으로 전파될 때 대승경전 중심으로 번역되다 보니 팔리어로 기록된 초기 경전들은 대부분 생략되었으며 `숫타니파타`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문으로 번역된 `아함경`에 몇 구절 실리긴 했으나, 소승의 경전을 중요치 않게 여긴 탓도 있다. 다행히 1997년 팔리어 성전협회가 만들어지고 전재성 박사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니까야(팔리어 대장경)를 연구하고 번역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숫타니파타`가 인도 북부 마가다국에서 스리랑카로, 다시 유럽으로 갔다가 다시 일본을 경유하여 우리나라에 도착하는데 거의 이천년이 넘게 걸렸다. 설명이 되지 않을 만큼 긴 시간여행을 통해 어렵사리 찾아온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지혜를 얻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틈틈이 경전 읽기를 시작했지만, 초기 경전부터 다시 읽기로 마음 고쳐먹었다. 초기불교 이해도 없이 붓다를 알고자 했던 것이 왠지 갠지스강 모래알만큼이나 공허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둘러가지 않고 곧바로 가는 지름길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숫타니파타` 속의 문장들은 저자들의 책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공지영 소설가의 출세작이기도 한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페미니즘 소설로 여성의 홀로서기를 주로 하는 내용이다. 성공작 이면에 책 제목을 잘 차용한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실은, 함께 가는 길이다`라는 말로 이 책에 덧붙였다. 법정 스님의 저서들도 이 경에서 가져온 제목들이 많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고미숙 고전 평론가는 `청년 붓다`와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라는 책에서 `숫타니파타`의 내용을 기본 축으로 하여 심도 있는 인문 교양서를 저술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에서는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자비`의 경과 `더없는 행복`의 경을 결혼식 날 게송하고 있다. `살아있는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와 같은 2,600년 전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숫타니파타`에는 붓다를 `사문 고타마`, `눈뜬 사람`, `수행자`, `멀리 보시는 분`, `행복한 사람`, `사물에 통달한 사람`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누더기 옷과 바리때 하나 이외는 가진 것이 없던 청년 붓다, 그 순수한 소박한 가르침의 원형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번은 눈으로 읽었으니, 이제 소리 내어 읽어볼 차례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신이 아닌 인간 붓다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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