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침팬지의 전형적인 하루 일정은 카리브해 크루즈에서 한가롭게 보내는 은퇴자들의 하루 같다. 다만 예정되어 있는 활동은 적다. 침팬지는 새벽과 함께 일어나 아침(과일)을 먹으러 나간다. 배가 부르면 낮잠자기 좋은 장소를 찾는다. 낮잠 전에 가볍게 그루밍을 하는 것도, 약 1시간 후(당황하지 않는다), 무화과 열매가 열리는 양지바른 나무를 발견하여 배부르게 채운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나서 좀 더 그루밍을 하고 낮잠을 잔다.  17시 무렵, 이른 저녁식사(많은 과일이 아마 잎도 약간)를 한다. 잠들기 좋은 나무를 찾아 잠자리를 만들고 잠을 잔다. 물론 과일이 아주 많을 때는 한목소리로 열광적으로 소리치고 잡기도 하고 원숭이 사냥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알파 수컷은 매일 시간을 쪼개 무리내 수컷에게 행패를 부리며 강인함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침팬지의 생활은 매우 느긋하다.  침팬지뿐만 아니다. 오랑우탄과 고릴라, 보노보 또한 나태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우화와 고등학교 마약퇴치 프로그램에서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유의 생활이다. 대형 유인원은 낮의 8~10시간을 휴식과 그루밍, 식사에 사용하고, 저녁에 9~10시간의 수면을 취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하루에 약 3km를 걷지만, 고릴라와 오랑우탄의 하루 이동거리는 더 적다. 나무타기는 어떨까? 침팬지는 하루에 약 100m 오르고, 1.5km 걷기에 해당하는 칼로리를 소비한다. 오랑우탄은 비슷하게 나무타기를 한다. 고릴라의 나무 등반은 아직 측정되지 않았지만 침팬지보다 적은 것은 확실하다.  인간이 이런 활동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다면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경우, 하루에 1만보 이상 걷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과 대사질환의 리스크가 높아진다.  미국에서 성인의 전형적인 하루 걸음수는 약 5000보로, 이는 제2형 당뇨병(미국인의 10면 중 1명이 이 질환)과 심질환(미국전체 사인(死因)의 1/4을 차지한다)의 걱정스러운 이환율이 높은 원인이 있다.  이 선에서 생각하면 유인원의 하루 보행과 나무 오르기를 걸음 수로 계산한 결과 대형 유인원은 걸음 수는 운동이 부족한 사람의 걸음 수에 도달하는 일조차 드물어 인간 건강의 기준으로 꼽히는 1만 걸음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좌위(座位)와 휴식이라는 면이 있다. 인간에서,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텔레비전 앞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질환 위험증가와 짧은 수면과 관련이 있다.  자주 운동하는 사람조차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으로 낮은 신체활동은 건강상의 위험요인으로서 흡연과 동등하다고 여겨지며 매년 500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스코틀랜드 성인에는 TV를 하루 2시간 이상 보는 사람은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 125% 증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TV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평균 여명(餘命)이 22분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했다.  TV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모든 시즌을 63시간 반에 걸쳐본다면, 당신이 지구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침팬지 등 유인원은 습관적으로 신체 활동도가 낮은 데 놀랄 정도로 건강하다. 사육하에도 당뇨병에 걸리는 일은 드물고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오르지도 않는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원래 높지만 침팬지 동맥은 경화되거나 막히지 않는다. 그 결과 침팬지는 인간과 달리 심장병에 걸리지 않고, 관상동맥 폐색에 의한 심장발작도 일으키지 않는다. 또 이들은 비만과는 무관하다.  2016년에는 시카고 링컨 파크 동물원에서 미국 전역의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유인원의 대사물과 신체조성을 계측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육하에서도 고릴라와 오랑우탄의 평균 체지방율은 14~23%, 침팬지에 이르러서는 10% 미만으로 올림픽 선수와 동등했다.  영장류 중에서 인간은 분명히 맨발이다. 어찌된 일인지 인간은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훨씬 높은 수준의 신체 활동을 하도록 진화됐다. 몇 시간이나 계속 앉았거나 그루밍이나 선잠을 자는 것은 더 이상 표준적인 생활 스타일이 아니라 건강상의 위험이 되었다. 핵이라는 이상한 물질을 만들어놓고 쩔쩔매고 있는 최고의 유인원, 사람으로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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