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에서는 상처가 난 나비족을 영혼의 나무가 빛을 전달해 치료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이처럼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영화 속 나비족에게만 가능한 일은 아닌 듯하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광선을 이용해 백반증을 치료했다고 전해지고, 1903년에는 빛으로 결핵성 피부병을 치료한 방법이 노벨상을 받았다. 현대에는 피부병 치료에서 암 치료에 이르기까지 빛 치료(Light Therapy)가 이용되고 있다. 상처엔 “후~”라는 말이 입에 밸 정도로 ‘상처 치료에는 연고’를 바르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런데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연구팀에서 바르는 연고 대신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내놓았다.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팀에서 개발한 이 연구는 광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빛, 과학과 응용(Light:Science and Applications)’에 게재됐다.흔히 사용되고 있는 바르는 연고와 같은 생체접착제는 실제 낮은 결합 강도로 인해 그 사용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최근 광화학 조직 결합(PTB)은 상처 봉합을 위한 새로운 기술로 부상했다. PTB는 2차 염증이나 바늘 천공과 같은 봉합사의 여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봉합사에 필적하는 상처 치유 효율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빛과 감광제를 사용하여 콜라겐 가교를 촉진하고 염증과 흉터를 줄이는 방법이다. 로즈 벵갈 염료(RB)는 가장 일반적인 감광제 중 하나로 녹색광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콜라겐과 상호 작용하여 콜라겐 자유 라디칼을 생성한다. 이러한 라디칼 종은 콜라겐 분자 사이의 공유 결합 형성을 시작한다. 하지만 절개가 닫히면 조직 침투 깊이에 따라 녹색광이 감쇠하기 때문에 광 투과 효율이 감소한다. 심부 조직에서 RB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하고, 효율적인 PTB에 대한 콜라겐 가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피부 투과성이 높은 근적외선 빛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하기 위해 상향 변환 재료가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상향 변환 재료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아 광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에서는 광화학 피부 결합을 위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녹색 발광을 갖는 ZnS:Ag,Co의 조절 가능한 잔광 발광 입자(ALP)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ALP는 조사된 광 에너지를 결함 상태로 가두어 저장된 에너지를 천천히 빛으로 방출하는 광학적 특성을 가진다. 즉, 높은 발광 강도와 장기간 잔광이 발생한다.연구팀은 또한, ZnS:Ag,Co 입자는 짧은 자외선을 쐈을 때 빠르게 재충전될 수 있으며, 이는 추가적인 자외선 조사 없이 히알루로네이트-RB(HA-RB) 접합체의 RB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해 절개된 콜라겐 층을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한세광 교수는 “이 연구는 잔광 발광 입자를 생화학 피부 접합에 응용한 첫 사례”라며 “이제 상처 치료를 위해서 빛을 이용한 치료를 뇌와 같은 신체 조직에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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