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자국의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기구`를 전투기로 격추시켰다. 미국은 지난 2일 몬태나주 상공에서부터 이 기구를 관측했지만 민간인의 피해를 우려, 대서양으로 빠져나간 후 F-22 스텔스 전투기의 미사일로 격추시킨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중 간 갈등과 대결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기상 관측 목적의 `민간용 비행선`이 경로를 이탈한 것일 뿐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격추된 기구는 중국이 미국 본토의 `전략적 장소들에 대한 정찰`이 주목적이었다고 규정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의 맘스트롬 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했다며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급기야 미국은 상응하는 조치로 5일부터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취소하고 중국의 정찰용 기구가 미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주권 침해이자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중국 측에 항의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양국은 서로 상대방의 전략무기 정보를 수집함과 동시에 고도의 군사력과 실전 배치 가능한 장비들을 현대화시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제3의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대만해협을 두고 미국과 중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 중이다. 두 나라가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을 서로의 레드라인으로 삼으며 유지해 온 "전략적 모호성"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대만해협의 안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 정책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만해협의 위기 속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미동맹에 얽매인 한국의 연루 위험과 이로 인한 딜레마를 극복하는 일이다. 양안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무대가 될수록 대만해협의 평화는 깨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만해협 문제가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대치상황을 예방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인 반면, 분쟁 발생 시 한국은 급격한 타자화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오산 공군기지의 미군 `고공정찰기(U-2S)`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서해 등에 출격, 중국을 감시하고 있다. 2021년 6월에는 미군의 초대형 수송기인 `글로브마스터(C-17)`가 미 상원의원 3명과 코로나 백신을 싣고 대만으로 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은 필요 시 주한미군 전력을 한반도 역외로 전개시키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만해협에서 충돌 발생 시 미국이 우리 영토를 중국 견제의 전진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이겠으나 우선 주한 미군기지의 무기와 장비를 대만에 공수하거나 항공모함 전단을 대한해협에 배치하는 전술이다.  상주의 사드 기지를 가동해 중국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제주 해군기지를 기항지로 삼을 것이다. 나아가 무력 충돌이 확전되면 주한미군 군사력이 동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미동맹으로 얽힌 우리에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문제는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 우리나라가 당면할 딜레마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경고, 경제적 보복을 넘어 군사적 위협까지 가해올 가능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중국에 대한 공격에 나서면 중국 역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군사적 보복이라는 선택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고 북한도 이러한 시나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례로 2021년 10월 박명호 외무성 부장이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무분별한 간섭은 조선반도의 위태로운 정세 긴장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외교의 최종 가치는 자국의 실익 추구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 중국, 소련 등 강대국들의 손에 의해 한반도는 정전 상태로 남아있지 않은가. 이 와중에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중 간 충돌에 연루됨`과 `한미동맹으로부터의 버림받음` 등 두 가지 딜레마를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 남북한의 직접적인 전쟁 위협은 낮아지는 반면, 미국과 중국이 무력으로 충돌 시 남북한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강화가 한국의 전략적 자산만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미국 유사 시` 동맹국인 한국의 연루 위험성은 커지기 마련이고, 북한 역시 중국의 경제, 안보 의존이 높아질수록 같은 위험을 피할 수 없어 동맹으로부터의 `연루와 버림`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시대에 우리의 자주권을 확보하고 실리를 담보할 수 있는 외교 철학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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