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대표적인 청정해역인 경주지역 5개 해수욕장이 올여름 피서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해변의 백사장 모습이 젊음과 낭만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쓰레기만 넘쳐났다. 15일 오전 600m 규모의 오류해수욕장에는 `청정해역`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나무젓가락이나 음식물 쓰레기 등이 바닷물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특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해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바다로 쓸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 곳곳에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가 마구 쌓여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오류해수욕장으로 휴가를 온 김모(26·여)씨는 "다른 곳보다는 물이 맑은 것 같지만 쓰레기가 떠다니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전촌해수욕장이나 나정해변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피서철을 맞아 7월9일부터 현재까지 5개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매주 20만여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20% 가량 증가한 전체 120만명이 다녀갔으며, 수거되는 무단 투기 쓰레기의 양은 주당 2t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자랑하는 경주 해변이 피서철마다 평소 모습을 잃고 있다"며 "그동안 꾸준히 홍보활동을 펼쳐 왔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 널리 퍼지기에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알뜰 피서족`이 쓰레기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모(43)씨는 "예전에는 피서객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업주들이 책임지고 쓰레기를 처리했는데, 올 들어 `알뜰 피서족`은 집에서 일회용기에 음식을 싸와 먹고서는 아무 데나 버리고 간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알뜰한 피서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뒤처리에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부 해수욕장 백사장 곳곳에 청소년들이 밤새 터뜨리고 버린 철사가 꽂힌 폭죽 쓰레기가 지뢰처럼 묻혀 있어 위험천만이다. 그러나 이들이 폭죽을 치우지 않고 모래밭에 그대로 파묻어 두고 가면서 뾰족한 철사가 든 폭죽 쓰레기가 낮에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며 맨발로 다니는 피서객에게는 `지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뿐만 아니라 고성방가와 함께 맥주와 소주병, 생수와 음료수 병이 각종 안주와 과자 봉지, 먹다 남은 치킨과 피자, 돗자리와 함께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어 맑고 깨끗한 백사장 본래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시 관계자는 "전국 어느 해안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직도 시민의식이 덜 성숙한 것 같다"며 "여전히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작업 인부들이 고충을 토로한다"라고 말했다. 최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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