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교통수단 중 최고의 멋쟁이는 자전거다. 나와 자전거와의 인연은 길고도 멀다. 어렸을 적 고모부님이 종종 타고 오시던 파란색 새 자전거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사치품이었다. 대학 졸업 후 경북의 어느 중학교로 발령을 받았을 때 첫 봉급을 받자마자 즉각 자전거부터 구입했다. 산골 구석구석을 찾아갈 때나 반상회 지도 등 공무수행 때는 물론이고 한가한 시간 여기저기 둘러 볼 때 긴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개구쟁이 서너 명이 뒤따르기 일쑤였다. 그 때 이후 내 손을 거처간 자전거는 줄잡아 족히 10대는 넘으리라. 오죽했으면 대구 도심에서 자전거를 탄 채 승용차와 나란히 네거리를 통과하다 규칙 위반으로 벌금을 물었겠는가. 지금도 자전거 두 대를 가지고 있다. 휴일에 아파트 주위를 돌 때 이용하는 자전거가 있고 직장에도 한 대가 있다.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최근에 다른 학교로 옮겨간 분이 두고 간 것이다. 자주 이용하지는 못하지만 급한 용무가 생길 때나 인근 병원에 갈 때 활용한다. 자전거의 장점은 걷기에 비해서 기동성이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처럼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신경 쓰고 눈치 볼 일이 없다. 적당히 속도도 낼 수 있어 답답하지 않다. 버스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걷기에 비하면 융통성 있는 교통수단이다. 복잡한 거리에서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다른 교통수단도 마찬가지다. 속도감을 즐기면서 체력도 기르고 나름대로 여유도 부릴 수 있으니 일석다조(一石多鳥)가 아니겠는가. 자전거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찌든 도시생활의 탈출구로, 여가활동을 겸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나야 평범한 자전거 한 대에 헬멧도 없이 면장갑 한 켤레가 전부이지만 제대로 장비를 갖추려면 적잖은 경비가 소요된다고 한다. 모든 분야가 고급화, 첨단화되고 있으니 자전거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듯이 모든 일은 지나치지 않고 형편과 분수에 맞게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자동차가 아무리 편리해도 내리는 순간 땅을 디디고 걷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기는 하지만 걷기만한 운동이 없다. 혼자 조용히 걷는 동안 자신의 내면을 관조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각종 질병이나 신체적 이상은 걷기만 잘 해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다니 다행한 일이 아닌가.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장수를 누리고 건강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많이 걷고 많이 움직였던 덕분이었다. 버스(Bus)나 지하철(Metro)을 이용하거나 걷기(Walk)를 주로 하는 사람들을 BMW족이라고 한다. ‘B’를 매력적이고 편리한 자전거(Bicycle)로 바꾸어도 좋으리라. BMW는 속도를 추구하고 시간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과 초연하게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그게 결코 쉽지가 않다. 남다른 각오가 있어야 하고 남보다 더 부지런해야 한다. 시간을 넉넉하게 쓸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정통 BMW족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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