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기온도 영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붉고 노란 단풍도 떨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지고 내린 눈과 비에 젖어 을시년스럽다. 동장군의 위력에 모두가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올해도 이제 2주정도밖에 남지않아 벌써부터 연말분위기에 젖어들고 있다. 여기저기서 망년회소식이 들려오고 해가 지나기 전에 자녀들의 결혼식을 치르는 청첩장도 예년과 다를 바 없다. 이 계절에 우리는 통과절차처럼 꼭 짚고 넘어가는 연중행사가 있다. 연말연시 이웃돕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모금성과가 예년같지 않다는 소식이다. 국내 유일의 법정모금기관인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온도계’와 사랑의 열매를 통해 15일 현재 모금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올해 모금목표를 2,242억원으로 잡았으나 이날현재 사랑의 온도는 4.6도, 내년1월말까지 사랑의 온도 100도는 지금 추세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서민들이 ARS로 1통화에 2,000원식 적립하는 행사도 4,883만원에 그쳐 싸늘하게 식은 이웃돕기 열기를 대변해 주고 있다. 무엇이 우리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예년같으면 대기업들이 12월에 접어들자 마자 앞다투어 성금을 기탁해 한해를 마무리하지만 올해는 아직도 기업들이 꼼짝을 않고 있어 모금이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동참하는 연말께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이다. 천안함과 울릉도 피폭등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공동모금회의 공금횡령등 각종비리가 신뢰를 잃어 성금기탁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모금회는 쇄신안으로 예산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인터넷에 공개하고 시민감시기구 구성, 지방조직의 권력화, 사유화 청산등을 통해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선득 지갑을 열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공동모금회를 신뢰할 수 없으니 직접 사회복지시설에 성금을 기탁하겠다는 기관, 단체,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복지시설들도 예년같지 않은 사회분위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진자들의 덕목, 예부터 미풍양속으로 내려온 인보정신,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공동체의식이 불신의 벽에 막혀 이토록 꽁꽁 얼어 붙고 말았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뒷갈망 못할 일부 공무원들의 걸태질에 불우이웃과 시설을 담보로 모금을 권력화, 사유화한 지역의 조직들은 일찍이 청산해야 할 토착비리 였고 청산해야 할 과거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민심이 서민의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부정부패에는 아무리 숭고하고 훌륭한 뜻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당사자들을 발본색원해 엄중하게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밯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을 보고 방관 할 순 없다. 천안함사태 때, 연평도피폭 때 우리국민이 함께 모은 의지, IMF위기때 전 국민이 집안에 있는 금붙이들을 들고나와 달러확보에 나섰던 공동체의식은 우리사회를 지탱해온 저력이었다. 이웃의 불행을 함께 나누며 아파하는 인보정신은 아직 식지 않았다. 공동모금회는 미워도 연말을 맞아 이웃을 돕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행사는 멈출 수 없다. 이제 다시 ARS전롸 통화를 하고 사랑의 열매를 가슴에 달아 사랑의 온도계를 덥혀야 한다. “올 겨울 성금으로는 수용인들에게 따뜻한 겨울 점퍼를 사주기로 했는데...”. 걱정어린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낙심이 기우였음을 보여줘야 한다.나누는 기쁨을 누리고 그 열기로 올 연말도 ‘happy new year`를 인사말로 나누는 마무리를 기대하는 것이다. 잘 아다시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아직 미흡하다. 불우시설, 소외받은자, 돌 볼 사람 없는 독거노인과 결손가정을 완벽하게 안고가기에는 능력이 모자란다. 국민들이 함께 돌보고 돕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도 훈훈하고 감동넘치는 사연들이 곳곳에서 답지되고 그 손길에 감사하는 따뜻한 사회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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