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구제역과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갈수록 감염지역이 늘어나는 구제역에 대해 범정부차원의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살처분된 가축이 50만마리가 넘어 이제는 담당공무원들이 지쳐 쓰러질 정도지만 구제역은 지칠줄 모르고 기승이다. 축산농가는 물론 식당가도 구제역이 가져다 준 불황으로 망연자실해 있다.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방역에 나섰지만 구제역의 뒤만 따라다니는 꼴이다. 발병하면 그곳에 펜스를 치고 약뿌리고 사람출입 통제하고 길막는 것이 고작이다. 병이 만연하고서야 예방백신을 투여하고 백신맞은 소는 먹어도 문제없다는 공허한 소리만 지껄이는 일이 고작 정부가 하는 일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사후약방문으로 대처하니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 사실 어느것 하나 사전에 대비하고 대책을 세워 미연에 방지한 것 없고 문제가 확산된 후에 꽁무니만 쫒아다닌 한해였다. 천안함도 그렇고 연평도도, 구제역도 그렇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으니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전 국토가 구제역 감염지역이 될 수 있다. 보다 강력한 위기의식을 갖고 통제를 강화하고 예방백신을 투여하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류독감(AI)이다. 천안의 한 오리농장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만약 조류독감 감염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가축보다는 훨씬 감염속도가 빠른데다 취사율도 높기 때문이다. 구제역과 함께 번져나가는 것을 예상하면 재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AI는 구제역과는 달리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인수공동 전염병이다. 다행히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에게 감염된 적은 없지만 동남아에서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제는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감염이 된다. AI는 1996년 우리나라에 처음 발생한후 2002년, 2006년, 2008년 잇따라 발생해 많은 피해를 주었다. 온 나라의 통닭집과 오리고기집이 모두 문을 닫을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익혀 먹으면 아무 피해가 없다는 정부의 홍보도 공허한 소리로만 들렸다. 한번 의심하면 좀처럼 믿지 않는 대중의 속성이 병에 대한 불안감과 에스컬레이트돼 불안 증후군으로 변질된 것이다. 만약에, 만약에 조류독감이 번진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구제역보다 훨신 많은, 더 넓은 지역의 가금류가 살저분 될 것이다. 전 국민이 예방백신을 맞는 일대 소동이 벌어질 것이고 불안감이 확산될 것이다. 식당가는 줄줄이 문을 닫거나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릴 것이다. 만약이지만 그런 상황을 설정해 놓고 지금부터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구제역처럼 뒤따라 가지말고 앞에서서 가로막고 지키는 태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예방백신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해당농가를 예찰하고 교육하는 잠금장치는 물론 구제역처럼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막는 장치도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AI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국민들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AI나 구제역 모두 사람의 이동이 가장 큰 감염요인이다. 이번 구제역도 베트남의 축산농가를 방문한 농민에 의해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연말연시를 맞아 여행계획에 들떠 있다. 전국의 해맞이, 해넘이 명소들이 대부분 축제를 축소하거나 취소했지만 국민들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않는다. 해외여행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는 가축질병과 AI의 사람감염을 막을 수 없다. 사람과 차량의 휴가성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고통을 함께 나누고 문제해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재앙을 미리 막기 위해선 조그마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연말연시 축제는 구제역과 AI위험이 없어질 때까지 유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희망찬 2011년 새해벽두부터 전염병으로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그것은 지금 우리에겐 가장 절박한 문제이다. 최근에도 영주시는 구제역백신 접종을 신청, 공무원들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그들은 연말연시에도 여전히 구제역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AI로 인한 공뮤원들의 또다른 뒤치닥거리는 없도록 비상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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