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조형성과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3D 홀로그램과 회화·그래픽·드로잉·문자추상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 전시가 경주에서 열린다. 
 
특히 ‘ㅎ’에서 태어난 도깨비를 통해 문자가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안상수 작가의 '한글도깨비'가 오는 25일부터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플레이스씨가 주최하고 옵스큐라가 주관한다. 지역 문화공간에서 한글이라는 익숙한 문자를 동시대 미술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지역 관객과 현대미술 사이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
오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의 중심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픽 아티스트인 안상수 작가의 독창적인 문자 세계가 자리한다. 작가에게 한글은 단순히 읽고 쓰는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다. 자음과 모음의 구조와 형태 자체가 하나의 시각적 언어가 되고, 때로는 생명력을 가진 형상으로 변주되는 예술의 재료다.이번 전시는 특히 한글 자모 ‘ㅎ’에 주목한다. ‘ㅎ’의 형태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인 ‘도깨비’로 변신하면서 문자가 새로운 생명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글의 구조와 조형성을 바탕으로 문자와 이미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안상수 작가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전시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인 ‘한글도깨비’에서는 ‘ㅎ’에서 출발한 도깨비 연작을 비롯해 드로잉과 회화 작품을 통해 문자와 상상이 결합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두 번째 ‘날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인 문자 조형 작업을 통해 수십 년간 이어온 한글 탐구의 궤적을 조망한다. ‘알파에서 ㅎ까지’, ‘문자추상도’, ‘물맑은담’, ‘생명평화무늬’ 등의 작품을 통해 한글이 어떻게 독창적인 시각예술 언어로 발전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홀리다’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창작에 참여한다. ㅎ 스탬프와 압인기를 활용해 자신만의 한글도깨비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문자와 예술의 경계를 직접 넘나들도록 구성했다.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천년경주 한글도깨비’다. 경주의 역사성과 안상수 작가의 문자 조형 세계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만나면서 천년 고도 경주를 배경으로 한글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장면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회화와 그래픽, 드로잉, 문자추상 등 서로 다른 매체를 아우르며 한글이 평면의 문자에서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예술 경험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안상수 작가는 1985년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정방형의 틀에서 벗어난 ‘안상수체’를 발표하며 한국 타이포그래피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 이후 한글의 음운 체계와 조형 원리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문자를 읽는 대상에서 보고 경험하는 시각언어로 확장해왔다.2002년 서울 로댕갤러리 초대 개인전 '한.글.상.상'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전시를 통해 한글의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해온 그는 2007년 독일 라이프치히시가 수여하는 구텐베르크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실험적인 디자인 교육기관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을 설립했으며,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명예교수와 AGI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전시 개막일인 25일 오후 3시에는 안상수 작가의 퍼포먼스 드로잉과 미학자 최정우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 ‘날개, 한글, 도깨비-경계를 넘다’가 마련된다. 전시 기간 주말에는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도깨비 놀이터’도 진행된다.또 전시장 3섹션 ‘홀리다’에서는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이 ㅎ 스탬프와 압인기를 활용해 직접 한글도깨비를 만들어보는 상설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플레이스씨 최유진 대표는 “한글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문자이지만 안상수 작가의 손을 거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형상으로 되살아난다”며 “천년의 문자와 형상이 켜켜이 쌓인 경주에서 한글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을 관람객들이 직접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안상수: 한글도깨비'전: 이달 25일~8월 27일, 플레이스씨(경주시 국당2길 2)에서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