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최근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2013 지역과학기술혁신평가'에서 경북도가 전국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아니라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현재의 실망스런 경북의 과학 마인드 수준으로 이 평가에서 1위가 됐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경북의 미래 과학 또는 과학 마인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이런 점에서 경북의 과학이 발전하려면 차라리 이 평가에서 꼴찌를 했더라면 더 좋았다. 과학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대구와 경북의 과학 마인드에 답답함을 느낀 일이 한 두 번에 아닐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4월 과학의 달이다.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과 대전의 경우 이 달이 되면 (올해는 비록 세월호 사고로 크게 위축됐지만) 각종 과학관련 행사가 푸짐하다. 갖가지 연구를 진행하는 수많은 연구소들이 문을 개방하고 학교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자신들의 연구 성과, 미래의 과학 등을 소개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우리의 과학 수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 자부심은 애국심으로 연결된다. 과학마인드를 높이자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구와 경북에서 과학의 달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산하의 교육과학연구원이 몇 개의 행사를 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경북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에는 수많은 과학관련 연구소들이 있고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면 입을 못 다물게 할 흥미진진한 온갖 연구들이 그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학뿐 아니다. 포스코, LG, 삼성 등의 대기업은 물론 지역의 중소기업까지도 청소년이나 대학생, 심지어 일반인들까지의 관심을 끌 만한 기술력과 제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가까이 경북도청의 산하 기관만 하더라도 경북농업기술원 및 그 산하 시험장, 보건환경연구원, 축산기술연구소, 수산자원개발연구소 및 민물고기연구소, 산림환경연구원, 잠사곤충사업장, 산림자원개발원 등이 모두 과학마인드 향상을 위한 좋은 기관들이다. 이들 기관의 연구사업들을 과학의 달에 외부에 소개하고 지역의 첨단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을 서로 연계하는 '과학 투어'를 활성화하는 것도 이들 기관과 방문객에서 서로 좋은, 해봄직한 사업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유용한 과학 마인드 자원들이 모두 잠자고 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처럼 도민들의 과학마인드 함양, 대학과 기업 및 연구소 그리고 행정기관 등의 과학문화 확산 사업 등을 활성화하는 기관으로 '경북과학문화재단' 설립이 시급하다. '문화융성'에 뜻 있는 인사들은 지금 경북문화재단 설립을 준비한다고 한다. 문화재단도 중요하지만 경북의 미래 일자리 창출과 먹을거리 마련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과학재단 설립은 더 중요하고도 급하다. 한때 경북도는 과학기술과를 새로 만들고, 잠시였지만 '경북과학'이라는 잡지도 발간하고 경북과학인상을 제정하는 등 과학마인드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 지역 신문들도 주 1회의 과학면을 가지고 있었으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바로' 돈 되는 것만 찾아나서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이처럼 지역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옅어지고 과학수준은 초라하지만, 그래도 과학은 우리의 미래 국력을 위한 근간이다. 문화는 그 근간에서 핀 꽃이다. 경북도는 지금 그 근간을 튼튼히 하기보다 꽃 피우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류 상 현 대구 취재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