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역일꾼을 뽑는 투표 날이다. 밤 10시쯤 이면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 이전투구의 싸움판도 끝난다. 그동안 비지땀을 흘리며 골목을 누빈 후보자와 자원봉사자들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 6·4지방선거가 사상 최악의 불·탈법선거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선거후유증 마저 우려된다. 여야가 '새 정치'를 내세우고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대선공약에서부터 약속했지만 결국엔 거짓말로 끝나버린 선거 가 되고 말았다. 도내 각 기초단체장 후보경선에서 빚어진 잡음과 반발에 직면했던 새누리당 공천과정은 허울뿐인 상향식 공천의 현주소를 보여준 사태다. 후보자 선택에 있어 당원50%, 일반여론50%의 상향식 공천마저 결국 공천 룰이 뒤죽박죽 돼 포항과 경주가 시장후보 뽑는 방식이 달랐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입은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상향식 공천 방식으로 진행된 선출기준이 왜 지역에 따라 달라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난맥상이다. 투표일이 닥쳤는데도 도대체 누가 지역 일꾼으로 더 나은 후보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선거란 시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다. 시민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하리라고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지방자치의 현실에 시민들이 왜 절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후보가 됐다면, 자신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어떻게 일할 것이라는 것을 유권자가 알 수 있게 해야 함에도 이전투구로 싸움판만 벌였으니 말이다. 유권자들 대개가 누가 적임자인지 어떻게 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잘 알지를 못한다.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선택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유세차에서 소음에 가까울 정도의 노랫소리가 울려나오고, 후보들의 유세와 지지를 호소하는 운동원들의 목소리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우렁차게 울렸지만 이번 6·4 지방선거는 달랐다. 세월 호 침몰로 전 국민이 여러 가지로 큰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치러지고 있어 로고송이 사라진 것이다. 세월 호 침몰과 구조 실패에 의한 대량 인명 희생 사태는 인간 세상에 늘 있게 마련인 어쩔 수 없는 숙명적인 재난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모두 비통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사고 후 소위 골든타임 안에 정부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무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좌절하고 불안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같은 참사가 앞으로 또 일어날 것이고 피해자들은 공무원들로부터 제대로 된 구조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실패한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개선방안을 찾게 한 것이 더욱 불안하다. 이럴 때일수록 적극 투표하여 좋은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6월 4일의 지방선거에서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이고 괜찮은 사람을 뽑아야 우리 자신이 덜 불행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투표하지 않아서 받아야 하는 벌은 저질 인간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라고 했다. 투표의 소중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높은 투표율만이 불·탈법 후유증을 말끔히 해소 하는데 기폭제가 될 것이다.박 준 현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