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이 자식 같은 아이들을 배 안에 그대로 둔 채 혼자만 살겠다고 밖으로 나온 행위에 대해 그가 학생 때 학교에서 무슨 과목의 교육을 잘 못 받았기에 이랬을까 하고 생각해보자.  국어, 영어, 수학일까? 모두 거리가 먼 과목이다. 과학도 체육도 아니다. 아마 바른생활(도덕, 윤리)일 것이다. 그가 바른생활 과목을 제대로 배웠다면 이 같은 행동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른생활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천덕꾸러기다. 이유는 한 가지, 대학입시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예체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는 고교 때 가장 어려워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수학과 과학 과목은 전혀 쓸모가 없고 그 때 등한시 했던 예체능과 사회(국사) 등 다른 과목들이야말로 정작 다시 공부하고 싶을 정도로 유용한 과목들이다.  사실 수학의 경우 일상생활에서는 초등학교 때 배운 수학(산수) 실력만으로도 충분하다. 고교 때 머리를 싸매가며 배운 수학의 미분적분·수열·삼각함수나 과학의 중력가속도 소금농도 구하기 등은 머리 좋은 놈 골라내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지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 교육과정은 이런 과목을 중학교때부터 많은 비중을 두어 강요하고 있다. 또 대학의 인문계열은 졸업할 때까지 수학이 전혀 필요 없는데도 이 계열에 진학하는 모든 고교의 문과 학생들은 고교때 무조건 수학을 배워야 하고, 대부분의 대학 역시 (4년간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수학의 고교 성적을 인문계열 입시전형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인데 교육정책에 권한을 가진 어느 누구도 감히 문과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을 못한다.  지금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어렵고 재미가 전혀 없으며, 자신의 미래직업과도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수업이라는 강압적 수단으로 다가간 수학과 과학은 학교 또는 학문에 대한 혐오증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학교는 재미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 하나가 바로 수학과 과학 과목인 것이다.  안상섭 경북교육연구소장이 조사를 했더니 학부모 477명 중 65.8%가 수학 때문에 학업전체에 대한 좌절을 한 적이 있고, 74.8%가 수학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67.2%가 학교 때 배운 수학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고, 60.9%가 수학만 아니었으면 학교생활은 더욱 행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의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고교 교과과정이나 대학의 문과계열 교양과정에서 굳이 이 과목들을 존치해야 한다면 복잡한 계산식을 외우게 하고 문제풀이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과 과학의 가치에 대한 개념, 수학적 또는 과학적 사고력과 인문적 사고의 차이 및 공통점을 인식하게 하는 정도의 수준이면 족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수학과 바른생활 중 과연 어느 과목이 우리의 삶과 일상생활에 더 필요한 것인가도 한 번 따져 봐야 한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은 바른생활이다. 바른 생활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이지만 수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필요한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수학은 학생들을 보편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바른생활은 교과과정 구색 맞추기를 위한 한 도구로 전락해 있다.  이런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 수십년간 이 나라에서 진행돼 왔으니 지금의 세월호 선장을 비롯해 논문표절 병역기피 위장전입 세금탈루 같은 고사성어(?)를 뒤집어쓴 장관 후보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수학보다 더욱 필요한 과목이 있으니 '안전생활'이라는 것이다. 이 과목을 교과과정에 '빨리' 신설해야 한다. 이미 대학에는 소방안전과 등 안전을 다루는 학과가 설치된 지 오래다.  안전이 학문의 영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영어단어, 수학 공식 하나보다 불났을 때 소화기 다루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과과정은 실용적이며 우리 사회와 인간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며 심지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과목들을 천시하고, 일상과는 거리가 멀고 추상적인 과목들을 중시하는 구조로 돼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는 이 교과과정도 깊은 연관이 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과목 중심의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부조리 역시 바뀌지 않을 것이다.류 상 현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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