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창의성의 핵심인 다양성을 죽인다. 침묵하는 조직에서는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나 실패도 없지만, 혁신이나 발전 또한 없다. 물론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나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침묵은 또한 좋은 인재를 사라지게 만든다. 침묵하는 조직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가 차단되고 끼리끼리 집단이 활성화되어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 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시켜 버려 조직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들이 하나 둘 떠나가게 된다. 침묵이 만연한 조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만 피해를 보지 않으면 된다는, 내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피해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조직을 침묵에 빠뜨린 원인은 대부분 지도자에게 있다. 지도자가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세종은 즉위 직후 "의논하자!"라는 첫마디를 내놓았고, 실제로 세종은 신하들에게 끊임없이 "나의 허물과 정치의 그릇됨을 직언하라"고 요구 했다.  자신과 생각이 많이 다를 때는 "그 뜻도 좋다", "그대의 말이 아름답도다, 그러나 나의 의견은 좀 다르도다!"라고 상대를 배려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2014년 7월 제6기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6·4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겠다는 광역, 기초단체장들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능력이 뛰어난 개인, 합심하는 팀원, 역량있는 관리자, 그리고 분명한 비전에 대한 책임 의식을 촉구하고 보다 높은 성과를 이루도록 자극하는 유능한 리더와 함께 아무런 제약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지속적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침묵 속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지역사회의 발전과 민원인을 위한 업무수행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자신의 편의를 위한 업무수행으로 행정서비스가 제공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며, 그 모습을 보는 시민들은 항상 똑같은 실망감을 갖게 된다. 광역, 기초단체에 관계없이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침묵하지 않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명령으로 일관되지 않고 구성원들의 간언(諫言)과 충분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조직에서 간언과 논의가 활성화 된다는 것은 목표와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방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목표 수행에 있어 제대로 된 생각과 열린 마인드를 통한 효율적인 직무수행이 가능하게 만들게 된다.  기초(광역)자치단체장은 자신이 맡은 직무를 과오없이 수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직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단순한 목표 달성이 아닌 어떠한 성과를 내야 하는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선거 때 외쳤던 공약의 수행이 아니라 그 공약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역행정의 수장인 자치단체장이 관리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자아 성찰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자 책임이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한 동 훈경북정책연구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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