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벌인 '국고보조금 등 회계취약분야 비리점검'감사결과를 공개하며, 감독 당국의 업무 태만 등으로 민간 업체가 국가 보조금을 횡령하고 사기를 쳐 빼돌린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단순히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이러한 현상들을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철밥통 공무원들이 주어진 틀 안에서 복지부동하며 자신이 맡은 직무를 소홀히 하며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살피고 직무보다는 자신의 편안함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철저한 위계질서의 룰에 따라 움직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신이 상위의 직위에 있고, 자신이 더 뛰어나고 잘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믿고 신뢰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의 주장만 할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보다는 비판과 무시로 일관하게 된다. 과연 신뢰받지 못하고 존중되고 배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찾아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을 상실하고 만다. 인정받지 못하고 남보다 더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그냥 주어진 상태에서 안주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봄으로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상실하게 된다. '팀보다 더 뛰어난 개인은 없다'라는 말도 있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개개인의 능력을 이끌어 내어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팀워크에 의해 일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자 큰 문제없이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 '괜히 나서서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풍조가 만연하게 된다. 송나라 유학자 정자는 "음악은 단지 하나의 어울림일 뿐"이라고 했다.  음악의 핵심은 연주 그 자체가 아니라 악기들의 합주로서 울려나오는 어울림에 있으며,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의 즐거움에 있다는 뜻이다. 어울림은 균등이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울린다는 것은 따라한다든지, 같아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만남이나 팀은 단지 똑같음을 추구할 뿐이다.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며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익을 가장 많이 보장해 줄 수 있는 한 사람의 판단에 따를 뿐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울린다는 것은 각각의 개인들의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임의 전제 하에 각각의 사람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옳다고 강요하더라도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지적할 수 있으며,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툴 수도 있지만, 이러한 다름이야말로 어울림에 꼭 필요한 것이다. 공자는 "누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제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누구와 더불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고 제자에게 다시 물었다. 이 세상을 바꾸는 일을 혼자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어떤 집단이나 조직도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으로 모든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기업과 다른 목적과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공동체 정의의 기반아래 소명의식을 가진 각각의 개인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제대로 추구하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소명 받아 선출된 사람은 "그들과 함께 그냥 주어진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누구와 더불어 일을 만들어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한 동 훈경북정책연구원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