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사건·사고가 터지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후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같은 말만 되풀이된다. 그보다 더 강력한 약속은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쓰는 말 같지만 '발본색원(拔本塞源)'이란 말은 뜻은 진지하다. 한자 사자성어에서 생긴 말이지만 '폐단의 근원을 아주 뿌리 채 뽑아서 없애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것이지만 지휘관이나 통치자가 바뀌면 새 자리에 부임 할 때 마다 대표자는 한결같은 소리를 한다. "구태의연한 폐습을 발본색원하여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어떠한 부조리도 발 못 붙이게 단절 시키겠다"는 말을 매번 듣는다. 그때마다 어리석은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와 결단을 가지고 나라의 정체성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 한 착각을 느낀다. 안전한 치안, 질서 있는 사회, 공정한 정책 등을 강조하지만 그 역시 적폐로 만날 듣는 소리에 불과하지 더 낳은 것도 없는 실정이다. 지도자가 바뀌어도 기관장이 바뀌어도 외치는 구호는 한결같지만 정체성이 정도(正道)를 가는 일이 별로 없다. 언제나 우리의 사회와 정치는 약한 자, 없는 자, 무식한 자는 올바른 처우를 받지 못하고, 부유한자는 이기고, 빈자는 피해를 보는 일이 일상생활처럼 거듭되고 있다. 선진사회가 되려면 사회계층에 인간 차별 없이 잘 사는 세상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지만, 법의 혼란으로 사회질서와 국민생활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까닭은 사람의 관계의 시작이 공·사 구별 없이 이권주의에 관계하는 악습에서 비롯된다. 우리 민족은 모여 살던 농경사회의 영향을 받아 낯선 사람을 크게 배척하는 습성이 있다. 초면에 대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순서가 일관된다. 어디에 살며, 성씨가 무엇이며, 어느 학교 출신인가를 묻는다. 그 중에 한 가지라도 맞으면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상면 속도가 빨라지고, 가까이 대하려고 후덕을 베푼다. 더욱이 선거철이 되면 관계(脈)를 찾고 인연을 뻗힌다. 고향이 같으면 동향, 성씨가 같으면 일가라 하고, 학교가 같으면 동문이 되어 선후배를 따지면서 서열을 구별 짓는다. 그런 부류에서 제외되면 '맥도 못 춘다'는 말이 생길 만큼 소외감을 느낀다. 힘없는 자가 법망에 걸리듯이 사람 차별 없이 공평한 법질서에 누구나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구습을 타파하는 발본색원이 절실히 요구된다.손 경 호논 설 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