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면 한가위다. 오곡백과를 수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 중추가절이다. 다들 선물 꾸러미를 양 손에 가득 챙겨들고 교통체증을 넘어 산과 들을 지나 고향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을 찾아간다.  효도에는 때가 없다고 하는데 명절을 앞두고 보니 부모님 사시는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평상시에 전화라도 더 자주 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효심 깊은 유교전통 아래 부모님을 살뜰히 봉양하고 자식을 어엿한 사회의 일꾼으로 키우기 위해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보니 어느덧 늙은 육신과 곤궁해진 노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깊은 시름에 빠져든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으며, 퇴직연령이 빨라지고 청년 실업자가 대량 양산됨에 따라 부모를 부양하던 대가족 제도가 붕괴되면서 각 세대별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회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농촌의 경우 노인 가구의 연간 총 수입은 1,235만원으로, 도시가구의 85% 수준에 그친다. 이중 재산 소득 비중이 도시의 40%(254만원)에 그쳐 재산 소득만으로 노후 보장이 가능한 도시 가구와 달리 농사를 짓지 않으면 노후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2012년 노인실태조사).  또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받는 농어민 연금 수령자 비율은 전체의 42%에 불과하며 월평균 연금액 또한 21만원 정도로 기초생활 조차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65세 고령농가의 평균 경영규모가 0.84ha로 영세하고 연간 농업수익이 1천만 원 이하의 농가가 77.5%로 대부분 고령농가는 노후생활이 불안정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비해 도시근로자들은 퇴직연금과 보험 등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노후를 대비하고 있으나, 농촌의 고령농업인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령농업인들의 농업경쟁력은 점차 감소하여 농업소득만으로는 노후를 지탱하기 힘들고, 더욱이 국민연금·주택연금제도의 사각지대로 사회 안정망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농촌 현실을 감안하여 2011년부터 한국농어촌공사는 소유농지를 담보로 매월 연금형태로 노후생활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농지연금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농지연금은 개인연금과 미비한 공적연금만으로는 생활자금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고령자들을 위해 공적연금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보충연금제도로서 매우 유용한 제도이다. 또한 농지연금 가입자는 2013년 1월 1일부터 담보농지에 대하여 재산세가 감면된다. 노후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하여 담보로 제공된 농지에 대하여 토지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인 농지의 경우에는 재산세를 면제하고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금액에 대한 재산세만 부과한다. 농지연금 가입조건은 65세이상, 영농경력 5년이상, 소유농지 3만㎡이하인 농민이면 가입 가능하며, 생존하는 동안 매월 지급되는 '종신형'과 일정기간(5/10/15년)동안 매월 지급되는 '기간형'이 있다. 정부예산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농지임대로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연금상환액은 담보농지 처분가격 범위 내로 한정된다. 사망시 담보농지를 처분하고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돌려주고, 부족한 금액이 있어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으므로 기존 금융기관의 대출과는 차별되는 제도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0여명 이상이 가입하여 노후대비에 농지연금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농업인이 선뜻 가입 결정을 내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전통적 생활방식인 자녀에게 소유농지를 물려줘야 한다는 관념과 미래농지처분여부에 대한 고민으로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급속히 변해가는 현 사회에서는 길어지는 노후를 자녀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부모세대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농촌에 계신 부모의 노후생활을 안정시키고 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지연금과 같은 노후안정화 정책에 대한 자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노후는 생각보다 길며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기간이다. 특히 고령농업인의 경우 취약한 소득구조의 현실에서 농지연금과 같은 공적인 제도를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노후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농지연금제도는 고령화시대의 친서민 복지정책으로 고령농업인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세계 최초의 한국형 농업인 복지제도이다.  농촌의 어르신들이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떳떳하게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임대소득이나 농업소득도 올릴 수 있어 노후생활이 한층 더 윤택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 자식이 귀하고 자식사랑에 대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조금만 줄이고 평생을 우리의 삶을 밝혀준 부모님들이 노후만이라도 평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 자식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는 아닐까? 이번 한가위, 농지연금으로 효를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이 진 상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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