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지만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아마 세계적으로 한국인 만큼 정치에 함몰돼 사는 국민들도 드물 것이다. 선거철은 말할 것도 없고 평상시에도 모이면 정치가 대화의 단골 메뉴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대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불만과 비판이 쏟아진다. 일상의 화제가 정치로 시작해 정치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든 정치는 따라 다닌다.  정치 과잉은 TV를 틀면 좀 더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종편채널은 밤낮 없이 정치 이야기다. 여야국회의원은 물론 대학교수, 정치평론가, 정치관련 각종 연구소장 등 소위 정치 전문가란 사람들이 밤낮없이 출연해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분석을 내놓으며 갑론을박한다. 그중엔 심도 있고 들을만한 토론도 있지만 대개는 돌아서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 조차도 기억이 안날만큼 비슷비슷하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논쟁이 딱 부러진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제나 건강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처럼 일상생활에 직접적 도움이 되기는커녕 서로 공방을 벌이다가 대부분 공론으로 그치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온통 정치이야기에 몰입하게 된 데는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 국정을 책임진 정치인들이 제 할일을 다했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의 분노만 자아내니 정치 불신은 깊어지고 온통 정치 이야기가 난무하는 것이다. 지금 여야 간의 정쟁은 과거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보인다. 현안마다 여야는 타협과 상생보다 대립과 반목을 밥 먹듯 한다. 이전투구식 끝장 정치, 막장정치는 한국정치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이런 양상은 최근 여야 간에 세월호 특별법문제가 결부되면서 가열되는 모습이다. 야당은 자신의 원내대표가 여당 파트너와 합의한 사항까지 두 차례 거부하면서 결국 원내대표의 탈당소동까지 터지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지금 경제 상황과 나라 안 형편이 여야가 한가롭게 정쟁만 벌이고 있을 땐가 묻고 싶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직장인과 서민들은 고용불안과 소득감소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담배 값과 자동차세, 주민세 등 지방세를 100%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민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그런데도 국정을 책임진 여야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정쟁만 한다면 국민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 여야는 국민의 인내가 폭발하기 전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정 상 호편집국 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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