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박사가 있다면, 존경받는 법조인으로는 조무제 전 대법관이 있다. 2004년 대법관 퇴임 시 아파트 한 채를 포함 2억 원의 재산밖에 없어 사회적으로 청백리 파장을 일으켰던 바로 그분이다. 강직한 검사로 이름 높았지만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후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었던 것이 문제가 되어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총리인선에서 낙마했던 모 인사와 비교하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스레 알 수 있다. 그러나 글쓴이가 조 전 대법관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그를 존경한다면서 바보처럼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조 전 대법관 같은 사람이 많길 바라지만 자신들은 그렇게 살길 원하지 않는 것이다. 재화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매우 어렵다는 방증이다. 청렴의 현실적인 조건은 재화의 유혹을 견딜만한 물질적인 만족이라 할 수 있다. 다들 어릴 때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로 그 잘못을 덮은 다음 거짓말이 들통 날까 두려워했던 기억이 한번쯤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거짓말하고 나면 세상을 자신 있게 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거짓이 밝혀지지 않고,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된다면 정상적인 사고가 바뀌게 된다.'거짓말해도 안 들키면 된다'는 식으로. 이때부터 자제란 단어는 사라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빠져나올 수 없는 거짓의 늪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렴의 제도적인 조건은 어설픈 거짓말을 초기에 잡아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고, 정신적인 조건은 거짓에 당당해지지 않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위 조건들이 거대한 나무가 되어 우리사회를 감싸기 위해선 토양이 되는 청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사회 지도층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는 대체로 청렴을 원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되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져 부패에 손 담그지 않고도 살 수 있어야 하고, 부패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를 계속 보완해야한다. 부패를 저지르는 자체를 두려워하고 자신도 모르게 부패를 저지르면 뼈저리게 반성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다면 과연 조무제 전 대법관 같은 청렴 공직자의 표상 같은 분도 무자비한 과거폭로와 살벌한 인신공격이 가득한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에서 드러날 비리 있을 까 하는 것이다. 본인이 워낙 권력욕이 없으시니 그 자리에 서지 않겠지만 언젠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존경받는 인사가 인사청문회에 서서 정치인들이 부임 후 일 잘하시란 덕담밖에 할 말 없는 상황이 전파를 타고 전 국민을 감동시킬  날이 오길 바란다. 그때는 국민들의 눈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조금이나마 씻겨 지고, 글쓴이를 비롯한 사회인들이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청렴하고 당당하게 직무를 수행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황 일 호경주보훈지청 보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