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은 산의 날이었다. 국제연합(UN)이 2002년을 '세계 산의 해(International Year of Mountains)'으로 선언하면서 이를 계기로 산림청이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을 제고시키고자 2002년부터 매년 10월 18일을 '산의 날'로 지정했다. 산의 날은 선조들의 세시풍속 중 하나인 등고(登高, 음력 9월 9일)와도 관련이 있다.  선조들은 등고 날, 산이 가장 아름다운 10월에 높은 곳에 올라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또한 10월 18일은 '열 십(十) + 여덟 팔(八) = 나무(木)'라는 한자 풀이도 가능해 산의 날로는 제격이다. 산은 최근 들어 우리주위에 급속히 다가왔다. 그래서 산과 관련한 상품과 서비스는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며 과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뒷산이나 도시 숲을 거닐면서도 에베르스트산 정상을 등반하는 복장과 장비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예에서 볼 수 있다. 가을 단풍이 들면서 등산의 유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실천을 못하는 것 또한 도시민들의 현실이다. 대신 우리 주위에는 유명산을 대신할 숲들이 많다. 인근 '학교 숲'이 그렇고 붐이 일고 있는 '도시 숲'이 그렇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대학 내 기숙사 건립을 위한 도시 숲 훼손 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했다. 사유재산권이 우선이야 시민 환경권이 우선이냐를 놓고 논쟁이 뜨거운데 실상은 이미 숲이 훼손되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논쟁의 한복판에 서울의 유명 사립대와 환경론자로 알려진 서울시장이 있다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기숙사야 필요하지만 하필이면 위치가 우거진 숲을 훼손하고 해야 하는지, 도심에 수천억원을 들여 수백군데 도시 숲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멀쩡한 숲을 훼손하는 일을 허가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도심의 숲은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공해를 흡수하고 맑은 산소를 뿜어 내 지친 도시인들에게 힐링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도시는 예외없이 많은 도시 숲을 가지고 있고 또 가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 숲은 또 재산가치를 높여주며 삶의 질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그렇고 도쿄의 히비야(HIBIYA)공원이 그렇다. 도심속의 숲은 우선 개인 땅에 위치해 있더라도 개인재산의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 계획을 세울 때 숲 공간을 마련한 것은 필요할 때 아무 때나 훼손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공유재산이며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묵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개인재산권이 아무리 중요하고 시급해도 주민 환경권과 생존권을 우선 할 수는 없다. 산의 날에 바라 본 도시 숲, 가꾸고 보존해야 할 또 하나의  도시의 커뮤니티이다.박 희 경한국숲해설가협회 경북협회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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