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테두리요, 영역이다. 인간의 관계는 참 묘하다.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을 또 만나고 아는 사람과 상종하며 낯선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어색함을 느끼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물며 한 지역에 정착하여 생활하는 우리의 생활문화는 더 특이함을 나타낸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지역주의에 균열을 낸 대사건이 생겨 매스컴이 연일 보도에 열중한 적이 있었다. 같은 지역을 갖고 있는 후보자임에도 정치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이방인 취급하는 잘못된 관행에 큰 경종을 울리는 선거였다. 한자의 깊은 뜻을 지닌 연고(緣故)란 말은 가문이나, 혈통, 정분 또는 법률상으로 맺어진 관계를 말하며 무슨 사유이든 같은 지역에 살기 때문에 동향인으로 여기고 아주 절친한 사이를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지역의 연고권이란 귀속재산을 임대하거나 권리권을 가진 사람이 국가가 그 귀속재산을 불하할 때 그 지역인에게 우선적으로 불하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유목문화에서 농경문화로 바뀌면서 씨족사회 위주의 삶을 살아왔다. 거기에서 연고가 생겨 지역 간의 구분과 마찰 그리고 다툼까지 벌어진 예도 있었다. 지역단위로 마을이 형성되자 인간의 관계가 좁아지고, 영역구별이 가시화되었다. 인접한 지역과의 직장관계, 혼사관계, 그리고 학교 선후배관계로 우리의 생활 테두리가 협소화되었다. 더욱이 선거제도가 형성됨에 따라 지역주의문화와 연고지와 깊은 관계로 변천하여 지역 간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생기면 같은 지역민을 찾아가서 사건을 의논하고 해결하는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관직이나 직책을 부탁할 때도 먼저 찾는 것이 지역관계다. 지맥, 혈맥, 학맥의 근거도 모두가 지역주의의 유산이요, 연고주의의 근원이 되었다. 퇴계 선생은 지방 군수로 임명 되었을 때 가족을 버리고 혼자 부임했다고 한다. 자기가 군수이지 가족은 아니다는 것이다. 가족과 연고되는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자는 것이다. 자신의 처신은 물론이요, 주변의 인연을 잘 다스리는 것도 정책의 상식으로 여겼던 것이다. 정치인들이 먼저 솔선하여 지역주의를 넘어서려는 과감한 노력이 절실하다. 지역주의를 종식하는 것이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는 정치다.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허물고 화합과 인화의 정치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손 경 호논 설 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