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보다 원하는 것을 꿈꿀 때 더 즐겁다고 한다. 천년고도 경주시민들이 2005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국회의원과 시장을 비롯한 시의원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방폐장 유치에 따른 직접지원금 3,000억원과 각종 인센티브 사업을 통해 경주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방폐장 유치 후 10년 가까이 지나온 시간 동안 경주가 꿈꿀 때의 즐거움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방폐장 유치 지원금의 사용, 한수원 본사 위치 결정으로 인해 내부적 갈등만 심화되었으며 각종 인센티브 사업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는 가운데, 정부가 약속했던 사업 중의 하나인 자율형 사립고 설립 계획 자체가 무산 되었다고 한다.  한수원은 2013년 4월 이사회를 통과한 자사고 설립 계획을 가지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했지만 자사고 설립이 한수원의 목적 외 사업이며 학생 수 급감, 현 정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및 자사고 축소방침 등을 이유로 계획 실행이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기재부의 반대 의견의 공문이 오는 대로 자사고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관련 보도에 대해 경주 시민들은 "자사고 설립이 안된다면 정부가 경주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우롱하는 것이다",  "거짓말로 신뢰를 무너뜨리면 앞으로 누가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느냐"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인 정수성의원은 "한수원 자사고 건립이 무산된다면 경주시민과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정부와 한수원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상황이 종료된 다음에 "강력 대응 하겠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렇게 될 때까지 자신이 지역발전을 위한 적임자이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앞서서 일하겠다고 선거 때마다 큰 소리로 외쳐왔던 국회의원을 비롯한 시장, 시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들을 믿고 뽑아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답답한 마음에 한심한 생각이 든다.   스스로 찾고 지키지 않으면 누가 그냥 가져다주는 것은 없는 현실 속에서 "알아서 잘 하겠지, 약속했으니까 지키겠지"하는 경주 시민들의 일방적인 믿음 자체가 바보스러운 것 아닌가?  지역사회를 위해 나섰다는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는 이해관계 중심으로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누구를 탓 하겠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찾는 대신 구체적인 질문과 문제점을 지향하면서 그에 맞는 해결책과 규칙을 마련하는 것과 같이 경주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허우적대기 보다는 문제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더 큰 통찰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수원은 자사고 설립 불가를 공식 발표하면서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시민 달래기 방안으로 일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작정 불평하고 떠들어 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에게 질문하자. 질문하지 않으면 답도 없다.  질문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쾌락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불편과 도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주는 지금의 불편함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 동 훈경북정책연구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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