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기복이 심하다. 봄 같은 겨울이 계속되다가 혹한이 꽃샘처럼 느닷없이 덮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잘 겪지 못했던 겨울기상이다. 헷갈리는 건 사람만 아니다. 앙상해야할 개나리가지가 어리둥절 꽃망울을 만들다가 추위에 잔뜩 움츠려 떨고 있다. 넉넉지 않은 내 형편과 나라의 살림을 걱정하며 입었던 내복을 벗었다가 입다가 반복한다. 남북관계도 이와 같다. 오랜 냉전관계에서 따스한 봄날인가 싶다가 다시 반복되는 삭풍이다.  대통령은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통일의 '대박'은 흥부의 박처럼 마냥 감탄사를 터뜨리는 금은보화를 안길까? 몇 년 전부터 쓰이는 이 신조어는 크게 한탕 또는 의외의 성과라는 뜻에 가깝다. 이 지난한 관계의 우리나라 통일과 연계하기에는 막연하여 자못 허황하며 합리성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 말은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한 표피적인 광고 문구처럼 허망하다. 단순히 혈육끼리니까, 원래 한겨레의 온전한 땅이었으니 분단에서 복원되어야한다는 명제일 뿐이다.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분단 이전의 이념적 갈등으로 겪었던 그 극심한 혼란보다 더 완강한 이념을 극복해야하는 아주 힘든 과제다. 반세기가 넘도록 밀린 대용량의 숙제다.  통일에는 사회전반의 아주 과학적인 세심한 연구와 통계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살기가 더 나은 남한의 막대한 통일기금이 조성되어야한다. 단지 경제적 상황만으로도 아름다운 통일은 완성되지 않는다. 한 쪽이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다른 한 쪽은 거기에 상응하는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주는 쪽의 선점이 반감되고, 받는 쪽의 자존을 살려 서로 대등한 관계로 나아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남북 모두의 7천5백만 인구가 인지하고 실천할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남한은 베풀어줘도 고마움을 모르고 오히려 독사처럼 꼿꼿이 고개를 쳐드는 북한의 고약한 심사가 괘씸하다. 우리나라가 돈을 쌓아두고 남아도는 형국은 아니다. 우리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혈육과 상생을 위한 인지상정이다.  형제나 친구 사이에서도 한 쪽이 요긴한 도움을 주었는데 받아 챙기고는 고맙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사이가 삐걱거린다. 그래서 남한사람들 대다수는 통일에 관해 희망적 구체성을 띠지 않는다. 북한은 어렵게 개발했을 핵을 협상의 테이블에 뜨거운 감자로 올려놓고 손익의 타산으로 팽배하다. 핵무기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게 끼칠 폐해를 생각하면 정말 안 될 일이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효자가 분명하다. 그래서 북한사람들 대다수는 흥정의 타당성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폐쇄성이 가장 큰 문제다.  세습된 어린 정치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늙은 추종자들로 경직된 북한의 반인도적인 정치현실은 세계에서 도외시되고 있다. 심하게는 지구상 하나 남은 골칫덩어리 오해를 받는다.  그런 오해가 억울하면 개방하면 간단하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불편한 진실이다. 일인독재의 틀에서 한 우물물만 물인 줄 아는 북한주민이 달라지기를 기다리는 일은 참 요연한 절망이다.  유럽의 몇 몇 선진국을 제외한 세계의 강대국은 핵을 버젓이 보유하고 있다. 자신들은 지녀도 되는 것을 유독 북한에게 불허하겠다는 것은 제국주의적 발상인 한편 분단을 위협하는 세계질서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 중 대표적인 미국이 우리남한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여 북한을 어르고 설득할까? 전쟁이라는 그 무자비한 살상을 미리 막아주기 위해서? 그건 미국을 너무 순진하게 보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전쟁전문가이면서, 세계의 평화를 수호한다는 이중적 잣대다.  (다음에 계속) 이 화 리소 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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