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는 풍요의 섬 타우카우에 모켄족이 살고 있다. 이들은 약 4000년 전 중국 남부에서 개와 함께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되는 종족이다. 모켄족은 산소통이나 수경, 오리발 같은 장비 없이 수심 20미터까지 잠수하는 놀라운 실력을 지녔다. 대신 잠수하기 전 바다신에게 안전을 비는 기도로 간절히 두 손을 모을 뿐이다.  이들은 혼인을 하게되면 한 척의 배가 주어진다. 마치 우리의 신혼집 마련처럼 장만한 배가 그들의 가옥이다. 바다의 주인은 지구별이어서 땅처럼 구분짓지도 않고 사고 팔 일이 없다. 그래서 더욱 완벽한 평화다. 땅에 경계를 만들어 제 것이라 여기지만 우리는 그 무엇도 완벽히 소유하지 못한다. 그저 잠시 이 별에 머무르다 떠날 뿐.  투기나 소유를 모르는 이들은 일생을 출렁이는 배 위에서 먹고자며 태어나고 죽는다. 출산을 하면 탯줄은 바다에 버려진다. 그들이 바다의 일부가 되는 순환의 교차 행위다. 달력이 없으니 누구도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하긴 나이가 삶의 질을 좌우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과 사를 바다에 위탁한 그들은 티없이 맑고 천진하다. 이런 초연한 의식은 어린 아기의 죽음 앞에서도 담담하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체념에 관한 순리의 이해다. 이들이 슬픔을 삭히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모습에서 순결한 경건함이 느껴진다.  모켄족이 옥빛 바다에 들어가니 작은 물고기들이 벚꽃처럼 사방으로 흩날린다. 눈이 부시게 투명한 바다는 푸르른 창공처럼 청명하다. 오염되지 않은 물빛을 닮은 그들의 시력은 놀랍게 밝아서 먼 곳의 물고기까지 정확히 볼 수 있다. 수확은 백발백중으로 실수를 모른다. 남자들이 이렇게 물고기처럼 바다 속을 유영하는 동안 여자들은 배를 저어 동행이 된다. 물 속 남자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환히 보인다. 크리스털처럼 맑은 물이어서 위치의 동선이 가능하다.  물고기 뿐 아니다. 신화 속 아득한 용궁처럼 신비로운 바다는 한말들이 쌀자루만한 대왕조개를 키우고 있다. 너무 커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대왕조개를 가르자 쌀 반 말에 버금 갈 속살이 드러난다. 그들의 인심만큼 넉넉하고 푸짐하다. 모켄족 남자들은 부지런해서 잡은 고기를 장만해 소금을 친 뒤 비상식량으로 말려 보관한다. 어느 곳에서든 가장의 책임은 늘 막중하다. 열 사람 입을 먹여살리는 힘이 '남'이라는 한자의 뜻이다.  이들은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4월에 성대한 바다축제를 연다. 핵심은 바다신의 노여움을 다스리는 일이다. 제물로는 천 년을 산다는 거북의 살과 발이 바쳐진다. 바다에서 온 생을 보내는 이들에게 바다의 고요는 절절한 염원일 것이다. 축제는 화톳불과 함께 더욱 열기를 더해간다. 무당의 북소리는 먼 수평선까지 잔잔한 동심원으로 달려갔다. 섬의 숲에서 캔 얌과 바나나를 넣고 끓인 죽과 거북의 고기를 나누며 축제의 밤은 깊어갔다.  밤이 깊을수록 캄캄한 바다에 은하수가 흐른다. 마치 밤하늘조차 너무 아름다운 이 섬의 바다가 그리워 덥썩 엎어진듯 별빛이 물결 위에 춤춘다. 그런데 몇 겹 하늘의 하강에도 여전히 빛나는 하늘과 바다의 어울림은 온통 은하수의 강이 되어 오로라처럼 신비롭다. 이 현상은 물 속 인광석 플랑크톤이 풍부한 탓이다.  이토록 황홀한 밤바다는 모켄족에게 아주 중요한 실질적 자원이다. 썰물로 저만치 멀어진 바다에는 산호가 날숨을 터뜨린다. 마치 태고의 젖은 지구별처럼 펼쳐진 산호밭에 가재들이 오종종 헤엄을 친다. 초저녁 잠에서 깨어 어리둥절한 작은 물고기들이 잠꼬대처럼 뒤척이고, 갑오징들은 졸지에 드러난 등을 감추느라 분주하다. 아마 천국이 있다면 이런 풍광일 것 같다. 자연과 자연인 사람들 뿐인 완벽한 공간.  산호밭 아래는 몽돌처럼 깔린 게 해삼이다. 야행성인 해삼에게는 밤이 아침인 셈이다. 해삼은 게으른 눈을 껌벅이며 느릿느릿 기지개를 편다. 모켄족은 이 해삼들을 삶아 훈제가공을 해서 중국에 판매한다. 유일한 거래로 얻은 돈은 젖 마른 어미를 대신할 우유값이 되고 쌀과 기름값으로 쓰인다. 태고적 지구별의 유산을 고이 간직한 이곳에도 변화가 미치고 있다. 트롤선이 들어오고 전문잠수사의 기술로 어자원의 급격한 감소가 진행 중이다. 문명의 이기를 한껏 누리는 우리가 그들에게 미개한 생활을 강요할 수 없다. 이렇듯 위대한 문명은 양날의 칼로 이율배반적이다.  섬에서 솟는 민물을 먹고 몸을 씻으며 사는 일 자체가 자연과의 합일이 된 그들의 미래는 밝지.않다.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 바다집시로 물 위에 뜬 모켄족. 그들의 모습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 화 리소설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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