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神)과 달리 앞으로의 존망(存亡)이나 생사에 관한 처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이다. 일찍이 철학자 키케로가 말하기를 "인간의 일생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의 여신이지, 인간의 지혜는 아니며, 운명은 용기 있는 자를 사랑한다."고 했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끌어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끌어당기는 것 같다. 사람의 운명이 각자의 가슴속에 깃들여 있다고 하지만 길흉에 관한 사실만이라도 미리 예견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음력 절기를 찾아 생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유별나게 미리 찾는 책이 '토정비결'이다. 토정비결은 조선시대 명종 때 호는 토정이요, 본명은 이지함이 지은 그 해의 신수를 풀어보고, 앞날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術法)을 엮은 일종의 도참서이다. 인본, 태세, 월건 등을 숫자로 따지고, 주역의 음양설에 근거하여 일 년의 운수를 보는 것이다. 토정은 잡학을 즐겼던 학자로서 중국에서 유행하던 여러 가지 술서를 인용하여 이 책을 저술하여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언하였다. 토정 이지함은 기인이자 점술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그 당시에 자본주의 경제를 시도한 경제학자이자, 수학자였고, 지리학과 천문학을 연구한 과학자였다. 많은 세월을 토굴 속에서 살았으며 빈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힘쓴 농민 운동가이기도 하다. 토정의 이러한 행적이 더욱 빛나는 것은 그는 천민도 아니고 집권세력에서 몰락한 양반도 아니며, 좋은 가문의 전도양양한 선비요, 행정가였다. 그는 고려 말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의 7대손이다. 그의 형 지번은 청풍 군수였고, 그의 가문에 영의정, 이조판서가 있고 토정도 포천 현감을 지냈으며, 율곡과도 교분이 두터운 절친한 친구다. 관직보다는 민중을 구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다학박식의 인물이었다. 그의 해박한 지식으로 물산과 지리를 파악하여 유통개념을 생각해 낸 학자로 인간의 운명에 관심이 많았다. 인간 스스로 참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명지침서가 바로 토정비결이다. 요행이나 횡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안 될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하며 때를 기다리고, 잘 될 때는 보름달도 기운다는 이치를 깨달아 겸허하게 살라는 식으로 인내와 중용과 슬기를 가르치는 책으로 여기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매사에 조심할 것을 크게 당부하고 있다.손 경 호논 설 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