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96주년이 다가온다. 해마다 이 날이 오면 초등학교 시절에 흥이 나서 불렀던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의 첫 가사가 떠오른다. 이 노래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갖은 고초를 겪던 민족의 아픔을 되살아나게 한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 청년들과 장년, 처녀들은 너무도 순수했다. 조선총독부 관리들과 그 앞잡이들은 감언이설(甘言利說)과 유혹으로 조선처녀들을 위안부로 데려가고, 청년들과 장년들을 징병과 징용이라는 강제제도를 통해 전장(戰場)과 탄광(炭鑛)에 밀어 넣었다.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원혼(寃魂)들이 지금도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들의 한(恨)은 아베(阿部)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 그들의 혼이 누울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위안부도 없고, 전범(戰犯)도 없다"는 아베정권 고위 관리들과 극우파들의 망언은 태평양전쟁으로 고통당했던 주변 국가들의 국민들 가슴에 다시 대못을 박고 있다. 일본의 극우파들은 전 수상 무라야마(村山), 고노(河野), 고이즈미(小泉)의 사죄담화(謝罪談話)를 폐기하여 전쟁범죄를 감추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정치가와 학자, 지식인들은 범죄의 역사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의 야만적 행태를 함께 규탄하고 있다. 과대망상과 전쟁광(戰爭狂)으로 변해가고 있는 일본의 정신질환은 태평양전쟁 패전 당시로 되돌아가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제국주의 망령보다 더 심각한 것이 우리들의 정신자세다. 북한은 3대째의 세습으로 정권유지에만 급급하여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국가로 평가되고, 남한은 국가와 국민의 삶과는 거리가 먼 당리당략(黨利黨略)과 자기 이권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정치가들이 우리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있다. '김영란법'과 '북한인권법'이 장기간 보류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정치행태를 증명한다.     3·1절을 맞아 바른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조지훈 시인의  '3일절의 시' 「천지호응(天地呼應)」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들려온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 가슴에 멍이 든다. / 쌓이고 쌓인 분(憤)이 입을 두고 어디로 가랴. / 산에 올라 땅을 파서 하고 싶은 말을 흙에다 묻고 / 들에 나가 하늘      을 우러러 하고 싶은 말을 바람에 붙이고 / 그 원한(怨恨) 그 통분(痛憤)에 가슴 치던 아하! 십년을 / 온 겨레 한 마음으로 터진 목청 대한독립만세(大韓獨立萬歲)! /   하고 싶은 말 하늘이 들었음에 강산에 비바람 울고 / 하고 싶은 말 땅이 아는지라    초목도 함께 일어섰더니라. / 그립고 아쉬운 소망 입 아니면 또 어쩌랴! / 하고 싶은 말 아직도 많아 더욱 가슴 아프다.       (조지훈의 1958년 3월 1일자 《동아일보》「天地呼應」 전문)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조지훈의 '3·1절의 시'는 기미년의 함성을 대변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여 멍이 든 가슴은 / 온 겨레 한 마음으로 터진 목청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게 한다. 그 만세소리는 시대는 달라도 '기미독립선언서'에 나오는 "독립·자주·평등"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조지훈의 '대한독립 만세'와 3·1정신은 온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아베의 제국주의 망령과 우리의 정치현실을 바로잡는 시대의 경고로 다가온다.장 윤 익동리목월문학관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