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깜돌이'라고 해요. 경주에 살고 있는데 유명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얼마 전 티비 영상에 제가 주인 아저씨에게 마구 발로 차이고 학대를 당하는 동영상이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제 이름 '깜돌이'가 유명해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장소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경주 최대 관광지로 손꼽히는 동부 사적지 일대입니다, 첨성대 주변 운행과 대릉원의 옆 도로를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전부입니다. 소위 경주 명물로 알려진 '꽃마차'의 네 마리 말 중의 하나이지요. 저는 고도 경주를 사랑합니다. 경주의 경이로운 고분들이 주는 분위기와 신라의 찬란한 역사, 그리고 폐사지에 부는 허허로운 바람소리와 파아란 하늘과 경주의 흙 냄새를 사랑 합니다. 그래서 동부사적지 유적 일대를 달리며 관광객들에게 경주에서의 짧고 즐거운 추억을 주는 것을 저는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그러나 한편으론 일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저의 도로변 운행에 따른 교통체증과, 꽃마차에서 쏟아지는 요란한 유행가 소리 때문에 소음공해가 있다는 비판과 저가 길 위에다 싸버리는 배설물로 인해 환경오염을 준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꽃마차' 말 학대 동영상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그랬습니다. 왼 종일 아스팔트 위를 달리느라 피곤한 노동을 한 저는, 곤한 몸에 휴식을 취하고 싶은 오후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주인아저씨가 왜 저를 그렇게 발로 차고 잔인하게 채찍으로 학대를 가했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주인 아저씨도 인간인데 평소엔 저를 자식처럼 잘 대해 주시던 분이었는데… 그날은 왜 그렇게 '화'를 못 참으셨는지? (혹시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단적으로 걸려있는 "욱!"하는 '분노조절장애증후군'에 걸렸는건 아닌지요?) 이해할려고 해도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 한 사람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동물학대라고 '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고, 그 난리를 치고, 경주시 간부공무원들이 신문에다 '변명성 사과'를 하고 주인아저씨께서 유치장에 수감 되었다는 얘기를 듣는 저의 마음도 답답할 뿐입니다. 그 사건이후 저는 지금  어느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경주시 변두리 조용한 시골마을로 옮겨와 고단했던 심신을 휴식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여러분의 덕분이지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부탁 말씀은 앞으로는 제발 저와 같은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주의 멋진 이미지에 먹칠을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주시에서도 사후 대책을 잘 세워서 꽃마차운행이 더 근사한 꽃마차로 바뀌어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천마총 고분위로 훈훈한 봄바람이 실바람처럼 불어오는 3월입니다.김 성 춘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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