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주 시가지 간선도로를 차를 몰고 달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그동안 패이고 울퉁불퉁했던 도로가 말끔하게 포장되고 차선이 깨끗하게 그어지면서 운전하는 게 훨씬 편해 졌기 때문이다. 늘 도로보수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던 경주시는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 동안 8억여원의 예산으로 16개 구간 9.39km도로의 포장을 덧씌우고 포트홀을 메우는 등 도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경주시가 근래에 없던 대대적 도로보수에 나선 것은 다음달 11일 경주서 열리는 세계물포럼과 관광철을 맞아 경주를 찾아오는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깨끗한 도시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다.어쨌든 이런 큰 행사로 인해 도시의 주요 인프라인 도로가 새롭게 단장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경주의 주요 간선도로에 포트홀이 생기고 울퉁불퉁한 빨래판 도로가 되는 데는 원인이 있다.경주를 통과하는 대부분의 차량들은 포항 등 동해안으로 가는 차량들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포항철강공단을 오가는 화물 차량이다.온갖 종류의 철강제품을 실은 트레일러와 컨테이너 및 화물차량들이 경주 도심 간선도로와 우회도로를 밤낮없이 다니는 바람에 경주의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지금 덧씌우기 포장을 깨끗하게 해놓았지만 또 얼마 안 돼 화물차의 무게로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울퉁불퉁해질지 모른다. 포항의 길목에 위치한 이유로 경주의 도로는 훨씬 빨리 훼손되지만 고속도로처럼 통행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보니 도로보수는 고스란히 시민의 혈세가 들어간다.경주시로서는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경주와 포항시는 서로 상생협력하기로 의기투합하고 각분야에서 전에 없는 협력을 해나가기로 뜻을 모으고 있다.양쪽 행정기관의 수장과 공무원들, 그리고 시의회 대표들도 서로 도우면서 함께 발전하자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들은 두 도시 상생협력의 성공을 위해선 한결 같이 양보와 배려, 나의 이익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했지만 막상 눈앞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상생협력은 공허한 울림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포항을 오가는 차량들로 인해 도로 손상이 심한 경주의 도로 보수에 사용하라며 포항시에서 예산의 일부라도 지원한다면 어떨까.그리고 그걸 상생예산이라고 부른다면 두 도시의 상생은 한 단계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물론 거꾸로 경주시에서도 그런 상생예산을 포항시에 내놓는다면 경주와 포항의 상생협력은 내 살을 떼 줄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하지 않을까. 그런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믿어 본다. 경주와 포항이 진정한 이웃이 되기 위해서.정 상 호편집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