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봄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천년고도와 벚꽃이 어울리는 왕릉뿐만이 아니라 남산의 봄과 반월성의 흐드러지는 봄꽃들, 불국사와 보문단지를 하늘로 붕- 띄우는 찬연한 벚꽃들의 향연을 보시라! 어딜가나 환상적인 봄의 도시가 아닌가. 이 화사한 봄날에 나는 감은사 터를 지나 대본리 바닷가로 간다. 해변에는 갈매기들 울음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수천마리 고양이 떼들의 울음소리 같은 갈매기 소리가 나를 반긴다. 멀리 문무대왕 수중릉이 보인다. 고유섭 선생께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바다라고 해서 '나의 잊히지 않는 바다'라고 명명한 동해구의 바닷가, 풍광이 빼어난 해변이다. 아름다운 신라의 국보, 만파식적의 설화가 숨쉬고 있는 현장이다. 문무대왕 수중릉을 마주보며 바닷가에 '개성3걸'인, 고유섭, 황수영, 진홍섭 세분의 한국 고고미술사학자들의 큰 공을 기리는 추모비 3기가 나란히 서 있다.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진풍경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이란 아름다운 문구를 검은 돌에 새긴, 후학들의 정성이 담긴 조그만 기념비도 보인다. 지난 3월 7일 세워진 수묵 진홍섭 박사의 기념비다. 나는 진홍섭 박사님, 논문과 경주에서의 얘기는 가끔 들었지만 직접 만나보진 못했다.선생님께선 고청 윤경렬 선생님과 함께 6.25 전쟁직후 10년간 경주 박물관장으로 계시면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다. 우현 고유섭 선생님의 제자로서 '신라 삼산 오악 조사' '문무대왕' '남산 신성비의 발견'등 업적이 많은 분이시다. 특히 경주의 '어린이 박물관 학교'를 설립한 분이다.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가! 선생께서 설립한 '경주 어린이 박물관'은 현재까지 60년째 이어오고 있는 경주의 보석과 같은 전통 깊은 박물관 학교이다. 선생님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놀랍지 않은가?  현재의 경주 박물관 입구 옆, 고청 윤경렬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고청 선생과 수묵 선생님 두 분은 경주가 자랑해야 할 큰 인물임에 틀림없다. 두 분의 우정이 시보다 아름답다. 나는 고청 선생님을 기리는 비석에 새겨진 진홍섭 박사의 글을 좋아 한다. 볼수록 명문이다. "충담 스님을 아십니까/해마다 3월3일과 9월9일 날이면/남산 삼화령 미륵세존에게/차 공양하던/충담스님이 계셨습니다/그가 지나던 길에 남은/깊이 팬 발자취가 보이십니까/바람따라 스쳐가는/그가 다린 차 향기를/혹시 느끼십니까/지금도 짓고 있는 미륵세존의 미소가/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그 발자취를 보고/그 향기를 느끼면서/그 미소를 따라/그 길을 걷던 이가/여기 있습니다"(진홍섭) 신라 으뜸의 성역 동해구, 통일의 영주 문무대왕의 혼이 살아 숨쉬는 곳, 한국미술사학의 태두이신 세 선생님을 기리는 추모비는 이제 경주의 또 다른 자랑이 되리라.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을 떠올리며 나는 대본리 봄 바다를 뒤로하고 동해구를 빠져 나온다.김 성 춘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시인